'왜 세상은 무(無)가 아니라 유(有)인가'
마르틴 하이데거의 '형이상학 입문' 에 나오는 첫 구절이다. 이 책은 저자가 이 인상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 써 내려간 철학서다.
현존 최고의 과학철학자로 꼽히는 아돌프 그륀바움, 영국 종교철학자 리처드 스윈번, 과학사상가 데이비드 도이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스티븐 와인버그, 저명한 수리물리학자 로저 펜로즈 등 최고의 지성들과 벌인 철학적 토론들이 들어가 있다. 영국 소설가 마틴 에이미스의 한마디도 이 책을 집필하는 동기로 작용했다고 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우주의 탄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인슈타인 다섯 명은 더 있어야 대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사상가는 세 집단으로 나뉜다. 세상의 존재에 대한 이유가 있으며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 낙관주의자, 존재의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정확하게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 비관주의자, 존재에 대한 이유가 없으며 그 의문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거부주의자다.
저자가 애초부터 결론 낼 수 없는 주제를 다루면서 택한 방법은 형이상학적이고 이론에 집착하는 질문과 대답만이 아니다. 석학들을 인터뷰 하기 위해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느꼈던 세상의 풍경과 철학자들의 모습, 그리고 고집스럽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졌던 석학들의 태도와 버릇 등도 기록,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여러 철학 이론과 현대 과학의 세계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학과 우주학, 분자물리학 등 최신 과학 사이의 절충점, 추상적인 철학적 사고들을 비유와 재치 있는 언어로 설명한 점이 특징이다. 2만5,000원. /정승양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