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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유행하면서 발길을 끊었던 유커들이 메르스가 뚜렷한 진정세를 보이자 다시 한국을 찾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건당국도 현재 '주의' 수준인 메르스에 대한 국가 전염병 관리체계를 '관심'으로 낮추는 것을 비롯해 사실상 종식을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여행사 대표 150명과 언론인 40명, 파워블로거 10명 등 약 200명의 유커가 이날 '명동 걷기' 행사에 참여했다. 아시아나항공과 롯데호텔 등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이들은 명동 시내를 거닐며 쇼핑을 즐기기도 했다. 중국 후난성에서 온 신문기자 장잉(31)씨는 "한국에서 메르스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며 "중국에 돌아가면 한국에서 메르스는 이미 끝났다는 식의 보도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장을 찾은 관광업계 대표들과 지방자치단체장, 정치권 인사 등도 유커 유치에 힘을 모았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은 '일일 관광가이드'로 나서 유커를 직접 안내하는 동시에 불꽃축제 등 서울시가 계획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소개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이날 명동 일대에서 '힐링의 섬! 제주 홍보 캠페인'을 박 시장과 함께 펼쳤다. 이를 통해 오는 8월 말까지 이어지는 '제주 핫세일'을 서울 시민에게 널리 알렸다. 제주 핫세일은 기존 관광상품 할인에 이벤트 할인을 추가하고 할리데이비슨·쏘나타승용차·제주여행상품권 등 다양한 경품을 제공하는 행사다.
원 지사는 특히 서울시와 일정을 조정해 늦어도 8월 초까지 중국을 대상으로 대대적 한국 관광 마케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당국은 국내에서 메르스 환자가 11일째 나오지 않자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과는 별도로 자체적으로 메르스 종식을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보건당국은 WHO의 권고안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면서도 "우리 나름의 기준을 WHO에 설득하고 위기경보단계를 주의에서 관심으로 하향 조정해 종식 선언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WHO는 메르스 환자가 모두 음성판정을 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최대 잠복기(2주)의 2배(28일)가 지난날을 종식일로 삼도록 권고하고 있다. 현재 메르스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17명 가운데 2명이 여전히 메르스 양성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WHO의 기준에 따를 경우 메르스 종식일은 일러야 다음달 중순 이후가 된다.
보건당국은 하지만 마지막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4일을 기준으로 28일 뒤인 다음달 2일을 자체 종식일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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