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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9월 10일] 돌다리도 건너지 않으려는 금융권

베트남 호찌민에 진출해 있는 국내 주요 건설업체는 4개사 정도다. 이중 대형 업체 A사의 한 사업장은 수개월째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 발생 후 금융권이 돈줄을 틀어막으면서 자금이 돌지 않고 있어서다. 국내 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발행 행태는 심하게 표현하면 부화뇌동(附和雷同)의 전형이다. PF는 본래 금융권이 특정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출해주고 해당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대출금의 원리금을 상환하는 제도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권도 해당 사업의 현금흐름 구조, 위험도 등을 자체적으로 판단해 일정 부분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금융권의 PF는 프로젝트 자체보다 시공사의 보증능력, 책임준공 각서 등 자신들의 안전장치가 얼마나 탄탄하게 짜여져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판단한다. 자체 판단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시장상황이 좋다고 하면 경쟁적으로 자금을 빌려줬다가 지난해처럼 분위기가 꺾이면 이를 회수하기에 급급한 모양새가 자주 연출된다. 금융권이 현 시장 상황에 따라 돈줄을 쥐었다 풀었다 하다 보면 큰 틀에서 사업을 진행하기도 어렵고 기회가 와도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대원건설은 베트남 다낭시 210만㎡ 간척지에 우리나라 송도와 같은 국제신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총 투자금액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베트남 최초의 간척개발 사업으로 앞으로 있을 이 나라 간척사업의 표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공능력평가 60~70위권의 중견업체 대원이 지난해 초 기공식을 가진 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역설적으로 금융권 자금을 크게 조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원은 지난 2005년 베트남 주거시장에 국내 업체 중에서 가장 먼저 진출해 이 같은 사업의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남들이 꺼려할 때 베트남의 가능성을 보고 과감히 투자해 현재의 위치에 오른 것이다. 물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널 필요는 있다. 그러나 그 전에 그 다리가 돌로 된 것인지, 나무로 된 것인지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금융권은 남들이 나무라고 말한다고 확인도 안 한 채 돌다리까지 건너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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