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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1세기 블루 골드러시, 물산업
입력2007-09-04 17:11:57
수정
2007.09.04 17:11:57
19세기 미국에서는 금을 찾아 서부로 떠났다. 20세기에는 세계가 석유를 찾아 지구 어느 곳이라도 갔다. 중동의 사막에서 깊은 바다 속까지. 19세기의 골드러시에 이어 20세기는 블랙 골드러시의 시대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는 무엇의 시대일까. 태양광ㆍ바이오연료 등이 화려하게 주목받는 가운데 조용하게 하지만 빠르게 세계는 블루골드, 물을 향해 러시를 시작하고 있다.
물이 점점 부족해진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인구증가율도 빠르지만 그 두 배 이상 빠른 것이 1인당 물 소비 증가율이다. 공급은 한정돼 있고, 소비는 나날이 늘어가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 가지 착각하는 것이 있다. 지구상 모든 국가가 물이 부족해지는 것이 아니다. 석유와 다를 게 없다. 물이 많은 나라는 여전히 물이 남는다. 물이 부족한 나라는 더 부족해진다.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현상이 일어난다. UN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5년 중동국가들의 1인당 물보유량은 남미의 3%도 안된다. 동아시아라고 나을 것이 없다. 남미의 9% 수준이다. 모든 자원이 그렇듯 물도 남는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 흘러간다. 돈은 반대로 흘러간다.
세계 10위 안에 3대 석유 메이저 기업들은 항상 이름을 올린다. 10년 후의 블루 골드 메이저의 비전을 가지고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물산업에 진입하고 있다. GE와 Siemens에 이어 3MㆍHome Depot 등이 모두 M&A를 통해 뛰어들었다. GE는 기존역량이 전혀 없는 신사업을 시작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성장전략을 택한 것은 속도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GE의 부회장 존 라이스는 ‘GE 물사업의 200% 성장은 기정사실이다. 우리가 할 일은 그 기간을 앞당기는 것이다’라며 시장선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후발주자들은 M&A라는 빠른 진입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물산업의 기존 메이저 기업은 프랑스의 베올리아와 수에즈다. 글로벌 기업들이 설비ㆍ기기에서 경쟁하는 동안 이들은 상하수도 서비스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고수익 지역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과 북미에는 이미 강력한 진입장벽이 구축돼 있다. 그 다음 타깃은 중국ㆍ호주, 그리고 한국이다. 경제환경이 불안한 남미보다 확실한 지불능력이 있는 신흥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베올리아는 중국 푸동 지역 수도사업의 50% 지분을 시장가의 두 배를 넘는 가격을 제시하고 낙찰받았다. 그리고 이후 스무 개의 중국 수도사업 계약을 따냈다. 역시 시장선점이다.
프랑스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 2001년 프랑스 정부가 발의한 상하수도 서비스 국제표준화안은 이제 거의 완성단계다. 적용된다면 상하수도 국제경쟁력이 부족한 국가들의 물산업 시장 상당 부분이 프랑스 기업들에 잠식당할 것이다. 세계 각국은 시기를 지연시키며 자국 물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바쁘다.
국내 상하수도 사업은 많은 발전을 해왔다. 상수의 경우 안전한 물을 유럽ㆍ북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공급한다. 하수 인프라 구축률도 높다. 그러나 대부분 소규모라 적자가 난다. 인력ㆍ설비ㆍ기술에 투자할 자금도 부족하다. 공공운영의 약점인 경영 비효율성이 나타난다. 기기ㆍ설비와 같은 물산업 제조업도 영세하다. 정부의 환경기술 개발사업으로 기술수준은 높아졌지만 상용화된 기술은 적다. 규모ㆍ경험ㆍ시장가치 있는 기술 모두가 부족하다.
블루 골드러시는 시작됐다. 그러나 동시에 물산업 기회의 창은 빠르게 닫혀가고 있다. 기회가 지나간 후에 지불할 대가는 크다. 기업ㆍ정부ㆍ국민이 물 한 방울의 부(富)를 빠르게 실현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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