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정식 수사 개시 59일 만에 김건희 여사를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역대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는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김 여사가 혐의를 부인하는 등 법적 다툼을 예고하고 있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판과 함께 향후 한층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 범위 확대 등을 담은 특별검사법 개정안이 내달 중 국회에 상정돼 처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김 여사를 겨냥한 특검팀 수사 ‘2라운드’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 29일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김 여사를 구속 기소했다. 17쪽 분량의 공소장에는 2010년 10월~2012년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8얼1000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가 적시됐다. 2021년 6월~2022년 3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공모해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혐의도 담겼다. 또 김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공모해 2022년 4월~7월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교단 관련 청탁을 받고, 고가 목걸이 등 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적용됐다.
반면 김 여사 측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입장이다. 기소 이후 변호인단을 통해 낸 400자 분량의 입장문에서 “가장 어두운 밤에 달빛이 밝게 빛나듯이 저 역시 저의 진실과 마음을 바라보며 이 시간을 견디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의 저는 스스로 아무것도 바꿀 수 없고 마치 확정적인 사실처럼 매일 새로운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또한 피하지 않고 잘 살필 것”이라고 했다. 이는 각종 의혹 보도가 쏟아지는 상황을 인내하고, 이를 부인하면서 결백함을 입증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어두운 밤에 달빛이 밝게 빛나듯이’라는 말로 본인의 무고함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팀이 수사를 이어가면서, 김 여사에 대한 추가 소환 등이 예상되고 있다. 특검팀은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양평공흥지구 개발 특혜·관저 이전 특혜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특검팀은 명씨와 관련한 무상 여론조사 제공 혐의에 따라 김 여사를 기소하면서도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공천받도록 영향을 행사했다는 대가성 의혹은 공소장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만큼 향후 추가 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 또 김 여사가 2022년 3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맏사위가 공직에서 일할 기회를 달라는 청탁과 함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와 귀걸이, 브로치 등 이른바 ‘나도 3종’으로 불리는 장신구를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또 김 여사가 2022년 9월 윤 전 대통령의 고액 후원자인 서모씨로부터 사업상 편의를 대가로 5000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받았고,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금거북이를 받았다는 의혹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게다가 한층 센 특검법 개정안 논의가 국회가 이뤄지고 있어 향후 특검팀 수사가 한층 가속을 붙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현재 특검팀 수사 인력과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특검법 개장안을 심사 중이다.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는 인력 확충이다. 김건희 특검법 개정안의 경우 검찰의 관봉권 띠지 분실 관련 의혹과 김 여사와 측근이 MBC·YTN 경영 간섭 등을 한 의혹, 각 사건 관련 고소·고발 사건까지 수사 대상으로 추가했다. 파견 검사에게도 공소 유지 권한을 부여하고, 플리바게인(유죄협상제도)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도 담겼다.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데 따라 검찰의 봐주기 논란이 커지고 있는 점도 향후 수사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검찰은 수사 착수 4년 6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 조작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파면되면서 서울고검은 해당 사건을 재수사 결정했다. 이후 특검팀이 넘겨받아 수사했고, 결국 김 여사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띠지 분실 의혹과 함께 봐주기 수사 의혹까지 수사 범위를 한층 확대하면서 특검팀의 사정 칼날이 향후 검찰로 향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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