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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문둥이 유진이 가족의 2000년
입력2000-12-29 00:00:00
수정
2000.12.29 00:00:00
한영일 기자
즈문둥이 유진이 가족의 2000년
"새천년 첫해 희망으로 키웠어요"
"유진이의 키가 쑥쑥 크는 것을 보면서 올해 안팎에 닥친 어려움을 이겨냈습니다. 요즘 모두들 힘들어하는데 내년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한해가 됐으면 합니다"
즈문둥이 김유진(1ㆍ여)양은 올 1월1일 0시00분00초, 정확하게 새 천년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 탄생의 고고성을 높이 울렸다.
유진이의 아빠인 김주성(34ㆍ회사원ㆍ서울시 구로구 구로동)씨와 엄마인 남은주(29ㆍ의무기록사)씨는 여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그러나 서울 광화문 한복판의 전광판 숫자가 1999에서 2000으로 바뀌던 순간 첫 울음을 터뜨린 유진이가 3.28㎏의 갓난아이에서 이제는 엄마,아빠를 보고 방실방실 웃고 장난도 잘하는 건강한 아이로 자라준 것이 고맙기만 하다.
한밤 중에 열이 펄펄 끓는 유진이를 들쳐업고 병원으로 뛰어가며 가슴 졸이던 기억도 이제는 저물어가는 한해 속에 묻는다.
김씨 부부는 "온갖 희망으로 기운차게 출발했던 새 천년에 경제가 다시 어려워져 안타깝지만 유진이가 건강하게 자라듯 경제ㆍ사회의 어려움도 잘 풀리지 않겠느냐 "고 되묻는다
구로동의 전세아파트에서 사는 김씨 부부는 맞벌이다. 수원의 한 플라스틱 중소제조업체에서 일하는 김씨가 출근하고 나면 여의도 성모병원의 의무기록사인 부인 남씨는 유진이를 친정어머니에 맡겨둔 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직장으로 옮긴다.
남씨는 "서민들은 맞벌이라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게 요즘 사회"라며 "유진이를 돌봐주는 친정 어머니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귀가하면 오후10시를 넘기는 게 보통이라는 김씨는 올해가 유난히 빠르게 지나간 느낌이다. 구조조정, 남북정상회담, 각종 금융비리 사건 등. 그러나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첫 직장에서 10년째 일하는 김씨는 "구조조정으로 온 사회가 시끌벅적하고 우리회사도 감원으로 업무량이 늘어 힘들지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특히 일부 공기업의 경우 하릴없이 앉아있는 사람들이 일반 근로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급여를 받는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김씨 회사는 특히 올해 유가인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회사가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내년 국내 경기마저 불투명해 부서 송년회도 조촐하게 치렀다고 전했다.
즈문둥이를 확인해주는 새 천년 희망증서를 다시 펼쳐보는 김씨 부부는 온 나라가 올초 품었던 장밋빛 환상과 세밑 경제적 시련이 뒤섞이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내년에는 유진이가 건강하게 커주고 무엇보다 나라안팎으로 서민들이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해가 됐으면 한다"것이 김씨 부부의 소박한 바램이다.
/한영일기자 han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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