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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생산] 대우-현대 경쟁체제 전환 방침

국방부가 차기잠수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독점체제에서 경쟁입찰로 전환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현대중공업을 참여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더구나 신규로 참여하는 현대중공업의 경우는 잠수함 건조를 위해 1,500억~2,000억원의 신규 설비투자가 불가피한 실정이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정책과도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기업구조조정정책의 취지가 과잉중복투자를 해소하자는 것인데 잠수함 경쟁입찰로 인해 신규 중복투자가 발생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그동안 잠수함 건조사업은 막대한 시설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간 중복투자 폐해를 없애기 위해 대우중공업에 잠수함 건조를 일임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현대중공업이 특혜의혹을 제기하면서 지난 22일 국방부는 잠수함 건조사업을 경쟁체제로 전환했다. 업계관계자들은 국방부가 잠수함 건조사업을 독점체제에서 경쟁체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지만 국내기업중에서는 이를 건조할 시설이 없고 또 신규투자도 재원마련이 어려운 만큼 이는 현대중공업 참여를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는 현대중공업이 특혜의혹을 제기하기 전까지만 해도 중복투자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국산잠수함 9척(3척은 건조중)을 건조한 실적이 있는 대우중공업을 잠수함 전문 방산업체로 선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자 2조원 규모의 차세대 중형 잠수함사업(SSU)을 1년여 동안 보류시켜 오다 공개경쟁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국방부의 이번 결정으로 국내 잠수함 건조사업은 지난 89년이후 10년간 독점으로 건조하던 대우중공업 1사 체제가 무너지고, 앞으로는 대우와 현대의 2사체제로 바뀌게 된다. 국방부의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현대에 의해 제기되어 왔던 특혜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게 됐지만, 잠수함 건조 2원화 체제가 가져올 중복투자에 따른 폐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경쟁을 통해 2원화를 유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2원화 체제에 따른 중복투자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우선 국방부가 발주하는 잠수함 수주 물량을 2개 회사가 동시에 참여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적다는데 문제가 있다. 국방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중형 잠수함사업(SSU)은 2조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1척당 가격이 약 3.500억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5~6척에 불과하다. 현재 대우중공업이 생산하기에도 모자라는 물량이다. 대우는 연간 잠수함 건조 2척과 창정비 2척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설비와 기술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다가 현대가 대우와 같은 규모로 신규 투자를 할 경우 연간 4척의 일감이 필요하다. 따라서 잠수함 건조사업이 2사체제로 가게되면 양사는 일감을 수주하기 위해 원가를 밑도는 덤핑 경쟁을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는 대우와 현대 양사 모두에게 경영부실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대우의 경우 기존에 쌓은 기술축적 기반마저 와해될 가능성이 크다. 대우가 잠수함 생산기술을 전수받은 독일의 하데베사에 거꾸로 로열티를 받고 기술을 이전한 사례도 있지만, 일감이 없으면 전문화된 인력과 기술이 퇴보하게 돼 결국 기술축적 기반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연속건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술축적은 물론 500명에 이르는 전문 기술인력도 유지가 어렵게 된다. 또 다른 문제는 국방부 의지대로 경쟁체재에 들어간다 해도 정상적인 입찰을 할 경우 건조비는 낮아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잠수함은 어느나라 형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건조가격이 달라질 수 있지만 그 결정은 정부와 해군이 하는 것으로 업체가 관여할 성질이 아니다. 독일방식이 아닌 다른 형으로 하자는 현대의 주장도 일부 타당성이 있지만 기존의 기술에 대해 연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독일방식으로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앞서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잠수함 선체 전용제작설비(자동용접, 진원도 유도장치, 에지밀링 설비 등)와 잠수함 용접전문가도 없이 대우의 70% 가격에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다는 현대의 주장은 신뢰도가 낮다. 오히려 중복투자와 과잉경쟁으로 방산업체의 경영부실을 초래할 우려가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과잉설비와 중복투자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방산업종인 항공기는 물론 자동차, 철도차량 등 민수분야에서는 구조조정으로 업체를 통합하고 있는데, 잠수함만 중복투자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은 우리 경제 회생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국내업체의 경쟁으로 건조비용을 절감하기 보다는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의 경우도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등이 기존업체들을 통합해 단일업체로 재편하는 등 자체 물량부족과 수출부진에 따라 잠수함 업체를 통폐합하는 추세이다. 대우는 이미 1,700여종의 잠수함 부품에 대한 국산화를 완료했으며 그 과정에서 자체기술을 축적했다. 209급 잠수함 사업을 통해 선진국들이 기술이전을 기피하는 설계기술을 축적하고 생산기술, 품질관리, 상세설계 분야에서는 독자걱 기술자립 단계에 와 있다. 차기잠수함 사업을 수행할 경우 건조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으며, 핵심부품의 추가적인 국산화도 수월하다. 또 핵심요소기술과 최신 무기장착 기술에서도 완전 자립할 수 있게 돼 한국형 잠수함의 독자설계 및 건조, 주요장비의 국산화를 앞당길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잠수함 수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대우는 최근 인도, 말레이시아 등과 잠수함 수출 또는 건조기술 지원들을 협의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감부족으로 연속적인 생산이 중단될 경우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중복투자에 대한 공급능력 과잉과 치열한 수주경쟁으로 기업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대가 대우과 같은 잠수함 건조시설을 보유하려면 최소 1,500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은 일반조선용 설비 또는 플랜트 제작설비를 이용해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세계적으로 어느 조선소도 이같은 예가 없어 실제 적용여부는 불투명하다. 현대가 보유하고 있다는 잠수함 생산설비는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크레인 용량보다 엄청나게 모자라며, 제반능력 및 단위 넓이당 하중 등에서 건조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국내에서 건조체제를 복수체제로 한다고 해도, 엄격한 기술심사와 건조능력 평가·건조원가 등을 비교하면 적격업체는 대우 밖에 없다. 경험과 기술인력, 전문설비를 갖추지 못한 현대중공업이 모든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이 끝난 대우에 비해 건조원가가 높을 것은 자명하다. 또 기술능력은 물론 건조원가면에서도 대우와 정상적으로는 경쟁할 수 없다. 현대가 할 수 있는 것은 원가 이하의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것 뿐이어서 자칫 방산업체들의 부실원인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잠수함을 처음 건조하는 업체는 기술훈련을 위해 기술제공국에서 최소한 1척을 건조하도록 하고 있어 그 곳에서 실제연습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 차기사업 잠수함중 1척을 외국에 발주해 건조한다면 나머지 물량으로는 경제단위에 미치지 못해 건조원가가 높아져 국가적인 낭비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잠수함 사업 2원화 체제 구축으로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의혹에서는 벗어날 수 있게 됐지만, 그동안 국내업체가 쌓아온 잠수함 건조기술 자립 기반을 유지시켜야 하는 문제와 중복투자에 대한 기업부담으로 방산사업체의 집단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더많은 짐을 떠 앉게 됐다.【채수종 기자】 <대/입/합/격/자/발/표 700-230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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