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둔화가 가속화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세에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4일 일본과 호주 등 선진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지역 45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 4월 전망치인 7.8%에서 7.5%로 하향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유럽, 일본의 경기악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ADB의 설명이다. ADB는 또 2012년 성장률 전망치 역시 종전의 7.7%에서 7.5%로 낮췄다. 역내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의 경우 올해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인 9.6%에서0.3%포인트 하향조정됐지만 여전히 9%대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전망치도 9.2%에서 9.1%로 낮아졌지만 견조한 내수에 힘입어 9%대의 성장률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AD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성장세는 탄탄한 내수와 역내 교역 확대에 뒷받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은 유럽연합(EU)을 최대 수출시장으로 두고 있는 만큼 유럽의 침체가 가속화할 경우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최근 280여명의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5%가 유럽이 1년 이내에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 ADB보다 유럽 경제를 훨씬 비관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는 통상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ADB는 올해와 내년 유럽 경제가 각각 1.7%와 1.3%의 낮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밖에 인도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도 당초 기대보다 저조한 성장세를 기록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인도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각각 0.3%포인트와 0.5%포인트 낮아진 7.9%와 8.3%로 조정됐다. 동남아시아에서 GDP 대비 수출비중이 높은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우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각각 4.0%와 4.8%를 기록, 지난 4월 전망치보다 0.5%포인트씩 낮아졌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ADB가 제시한 올 성장률은 당초 6.4%보다 높은 6.6%, 내년 성장률도 6.7%에서 6.8%로 오히려 상향조정됐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미국과 유럽발 글로벌 경기 후퇴가 내년부터 본격화하면서 자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이 당초 목표치인 6.7%보다 낮은 6.5%에 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내년 이후의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하 등의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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