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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고 오준영군 엄마 임영애씨 "내 아들 준영이, 1초라도 안을 수만 있다면… "

'재난정신건강 컨퍼런스' 참석

임영애씨. /사진제공=경기G뉴스

"처음엔 도움의 손길도 싫었지만
언제까지라도 기다리겠다는 상담사들의 말이 큰 힘 됐다"
사고로 아들 잃은 슬픔 털어놔
"어떤 부모가 돈 바라겠는가 보상 관련 막말 말아달라" 호소


"준영이가 '엄마'라고 부르며 집 현관문으로 들어올 것만 같습니다. 꿈속에서라도 불러보고 싶고 1초만이라도 안아보고 싶어요."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의 절규에 200여명의 청중이 모인 회의실 곳곳에서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지난 8일 경기 수원 광교동 경기중기종합지원센터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16일)를 맞아 열린 경기도 주최 '재난정신건강 컨퍼런스'에 초대받은 임영애(사진)씨는 심리지원상담사들에게 자식을 사고로 먼저 보낸 참척(慘慽)의 고통을 털어놓았다. 임씨의 아들 고(故) 오준영 군은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4월23일 자신의 생일날 엄마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는 "제주도 여행이 처음이라며 들떠 있던 아들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등하굣길 101번 버스에서 당장이라도 뛰어내려 달려올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초기 그도 다른 유가족처럼 날벼락 같은 충격에 분노·불신의 감정만 가득했다. 그는 "주변 도움의 손길조차 다 싫었다. 한동안 전화도 받지 않았는데 믿기지 않는 현실을 가슴에 담기에도 벅찬 상황이었다"며 "당시 상담사들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는 말 대신 '언제까지라도 기다리겠다'고 얘기해줬는데 지금 생각하면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1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유가족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악의적 비방과 매도다. 그는 "피해 배·보상 얘기가 나오자 '시체장사' 한다는 막말까지 나온다"며 "어떤 부모가 자기 새끼 죽음으로 돈을 바라겠는가. 유가족들의 마음을 쓰레기로 만들지 말라"고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유가족의 심정도 이럴진대 아직 희생자들이 바닷속에 남겨져 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은 무너질 것"이라며 "이들을 위해서라도 세월호 선체 인양은 꼭 이뤄져야 하고 진상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신 눈물을 닦아내며 하늘로 떠난 단원고 학생들에게 쓴 편지를 소개했다. "너희들이 같이 찍은 사진을 덮어놓았다 다시 세웠다를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한단다. (중략) 16일 아빠 엄마들이 흘리는 눈물은 너희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무능함의 자책이다. (중략) 사고 후 하느님·부처님 다 믿는다. 꿈속에서라도 만나고 안아보게 해달라고. (중략) 그래도 아빠 엄마는 당당히 서 있겠다. 사랑하는 아들딸들. 고맙고 미안하다." 그는 "그동안 지자체·심리지원센터 등의 관심과 격려로 그나마 유가족들이 1년을 버틴 것 같고 앞으로 10년도 이겨나갈 것"이라며 "힘을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신경정신 전문가들은 사고 후 수개월 동안 점차 심리적 고통이 완화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애도수용 단계를 임씨처럼 세월호 유가족들은 거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이재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위원은 "부모로서의 죄책감과 무기력감이 심리적 회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안산트라우마센터에서 운영 중인 유가족 자조모임 등을 통해 서로 격려하고 따뜻한 한마디 말을 건네는 것이 가장 큰 치유방법"이라며 "다만 '이제는 잊으라'는 식의 위로는 고통을 키우는 최악의 말인 만큼 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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