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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벤처사장의 창업일기] (3)사업 모델이 바뀌면 社名도 과감하게 버려라


시작이 반이라지만 사업에 있어 아이템 선정은 절반 그 이상의 중요한 일입니다. 창업가가 어떤 아이템을 선정하느냐에 따라 초기 멤버들을 모으고 투자를 끌어내는데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많은 초보 사업가들이 아이템 선정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초보 창업가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벤처 사업가들 사이에서는 ‘첫번째 아이템을 끝까지 유지해서 대박이 난 경우는 솔직히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말이 상식처럼 통용됩니다. 사업 초반 아이템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잊지 말아야할 것들이 있습니다. 처음 정한 아이템만 고집할 게 아니라 중간에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새로운 아이템이 떠오르면 시장 상황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 “성공 창업 아이템의 60%는 첫 모델과 달라”

국내 벤처업계의 산증인이자 유명 기업인인 권재륜 KEI partners 대표님은 초기 아이템에 대한 집착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권 대표님은 인터넷 경매사이트 옥션과 취업포털 잡코리아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국내 벤처업계의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린 스타 경영인입니다. 권 대표님은 평소 저에게 다양한 경영 자문과 지인들을 소개해 주는 경영 멘토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공한 창업 아이템의 60% 이상은 애초에 계획했던 사업이 아니라 새롭게 바뀐 것이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첫 아이템으로 성공할 것처럼 생각하지만 정작 현실은 정반대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습니다. 성공한 사업가들의 공통된 견해는 처음 시작할 때 정했던 비즈니스 모델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첫 사업이 성공하는 일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속합니다. 그런 탓에 창업자가 실패해도 여러 차례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실패해본 경험’이 창업가에게 필요하다는 철학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사업 초반에 결정했던 아이템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계속 진화하고 발전합니다. 사업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와 경쟁자 등 외부 요인을 감안해 사업 모델을 효과적으로 다듬고 변화시키지 못하면 ‘시장이 원하는 제품(서비스)이 아닌 창업가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게 됩니다.

◇ 쿨한 스마트폰 케이스가 ‘퇴물’로 전락한 사연

주변에서 비슷한 사례를 흔히 봅니다. 몇 해 전 한 지인이 스마트폰 케이스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기존의 스마트폰 케이스와 달리 기능적인 측면을 강화해 손가락에 낄 수 있는 부가적인 액세서리 제품이었습니다. 창업가 본인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제품을 내놓았을 때에는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시장에서 외면당했습니다. 시작할 때 기획은 참신하고 좋았는데 소비자들의 니즈와 트렌드가 변하면서 애초에 기획했던 제품은 다소 촌스럽고 시대에 뒤처진 ‘퇴물’로 여겨졌던 것입니다. 특허도 출원하고 상당한 금액의 초기 투자를 진행한 탓에 사업을 접을 수 없었던 측면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아이템을 고집한 탓에 시장이 변하고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변한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입니다.

저 역시 지금 진행하고 있는 사업 아이템은 창업 이후 4~5번 변화를 거친 모델입니다. 창업을 하던 초기에 기획했던 아이템은 모바일 게임이었는데 실제 70%까지 완성했을 정도로 시간과 돈을 들였습니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주변 반응이 좋지 못했고 저 스스로도 자신할 수 없었기에 과감하게 포기하고 다른 아이템을 구상했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시작할 때 아이템을 끝까지 고수하는 것은 무모한 도전일 수 있다는 점 기억하길 바랍니다.

◇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라’

사업 아이템을 시장 환경에 맞게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조언도 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좋지만, 처음 시작했다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도전하라’는 것입니다. 흔히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면 힘든 순간이 와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저 역시도 제가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사업 아이템으로 정한다는 원칙을 늘 잊지 않습니다. 그런데 과연 의문이 듭니다. 비즈니스에서 좋아하는 일만 해서 돈을 버는 게 과연 말처럼 쉬운 일일까요? 정말 쉽지 않다는 점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선배 경영자들은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 앞서 너 자신이 오랫동안 해온 일이 있다면 그 분야에서 초반 승부를 걸어보는 게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고 조언합니다. 짧은 경력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5년에서 10년 이상 일해 온 분야가 있으면 그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와 인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본 바탕을 깡그리 무시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겠다는 것은 만용에 가까운 짓입니다. 부모에게 물려받을 재산이 많거나 따로 모아둔 돈이 많다면 몰라도 좋아하는 일만 하다가는 2~3년 버티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다면 창업부터 할 게 아니라 그 분야에서 남 밑에서 일을 해본 뒤에 노하우와 인맥을 쌓는 게 현명한 일입니다. 일을 먼저 익힌 뒤 좋아하는 분야에서 창업을 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급한 마음에 일부터 벌입니다. 제 삶의 멘토 중 한분인 노교수님은 제게 이런 말씀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고려 시대 때 보조국사 지눌스님은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라’고 했다. 사실 이 말씀은 여러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나는 이렇게 해석하고 싶어. 사업가는 말이지 자기가 일하던 분야에서 일을 시작해 승부를 보는 게 좋다고 믿는다. 설사 그 분야에서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기에 가장 좋은 곳은 자기가 넘어진 땅이 아닐까?”

교수님께서 해주신 조언은 더 큰 뜻이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제 가슴에 진정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넘어진 곳에서 땅을 짚고 일어나야겠습니다.

◇ 社名을 바꾸더라도 변화를 두려워 말라

하고 싶은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은 경영인에게 꼭 필요합니다.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자신의 경력과 경험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분야에 뛰어들라고 감히 조언하고 싶습니다.

저는 최근 회사 이름을 ‘에니그마 소프트’에서 ‘인사이트 컴퍼니’로 바꿨습니다. 사업 초반에 기획했던 아이템들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과 IT(정보통신) 분야였기 때문에 에니그마 소프트라고 지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업 아이템을 수정하고 변경하기를 반복하면서 저희 회사에 어울리는 회사명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됐습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서비스일 뿐 아리나 참신한 정보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외연(外緣)을 확장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법인명을 ‘인사이트 컴퍼니(Insight Company)’로 개명하게 됐습니다. 경영이란 외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라는 지혜를 선배 경영인들에게 배웠기 때문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보다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승부수를 던지기 위한 포석인 셈입니다. 제가 당장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들은 나중에 더 경험을 쌓고 자본을 확충한 뒤에 도전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말씀을 저는 이렇게 한번 바꿔보고 싶습니다. ‘땅을 짚고 일어선 자, 땅을 밟고 높게 도약하라’고 말입니다.

/안길수. 벤처사업가. (주)인사이트 컴퍼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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