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은 구리의 호걸풍 매너를 배우고 싶다고 공개석상에서 말했다. 호걸풍이라면 삼국지의 장비나 관우가 연상되는데 글쎄 과연 구리를 호걸풍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상당히 대범하고 당당하고 여유있고 그러면서도 파괴력이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점이 구리의 강점이기도 하고 약점이기도 하다. 반집을 다투는 끝내기에 취약한 것도 같은 연유일 것이다. 흑5까지 파고든 것은 강력했다. 흑7로는 8의 자리에 나오는 것도 유력하지만 흑7로 그냥 넘어간 것도 나쁘지 않았다. 흑7이 놓인 시점에서는 흑이 덤 이상 이기는 바둑이다. 백10은 진작부터 노리던 맥점. 흑13은 침착한 선수활용이다. 참고도1의 흑1로 그냥 단수치는 것은 백2, 4로 중원이 크게 들어가 흑의 불만이다. 문제는 실전보의 흑19였다. 흑19로는 참고도2의 흑1로 점잖게 보강하는 것이 정수였다. 백2가 좋은 수지만 흑이 3, 5로 좌변을 정비하면 아무래도 흑이 편한 바둑이었다. 흑19를 보자 드디어 이세돌의 작전이 시작되었다. 우선 백22로 젖히고 24에 키우고 26에 끊은 수순이 컴퓨터처럼 정밀했다. 잡혀있던 돌이 백28로 빠져나오자 문제가 심상치 않다. "흑진이 많이 무너지게 됐어요. 과연 이세돌은 정밀하고 예리합니다. 여기서 승기를 잡을 것 같아요."(김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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