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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300년 동거' 끝장이냐 지속이냐… 기로에 선 英연방

"2014년에 실시" "18개월내 담판"<br>샐먼드 제1장관 - 캐머런 英 총리 '투표 시기' 싸고 양측 신경전 치열<br>둘로 쪼개질땐 양국 경제에 큰 타격 스코틀랜드 새 화폐 사용여부도 변수<br>반대의견 더 많아 현실화는 미지수




스코틀랜드 '독립' 국민투표 선언

300년 넘게 이어 온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불편한 동거'에 마침표가 찍힐 것인가. 지난해 취임한 알렉스 샐먼드 스코틀랜드 제1장관(자치정부 총리격)이 오는 2014년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 여부를 국민들에게 묻겠다고 최근 선언하면서 영국 연방(United Kingdom)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전체 국토의 3분의1에 달하는 스코틀랜드가 떨어져 나갈 경우 영국의 지위는 유럽의 소국으로 굴러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어떻게든 스코틀랜드의 이탈을 막으려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샐먼드 장관의 갈등도 날이 갈수록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스코틀랜드의 특성상 실제로 분리 독립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국민투표 시기에서부터 신생국가의 파운드화 사용 여부, 북해 유전 소유권에 이르기까지 분리 독립이 이뤄지려면 넘어야 할 장애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독립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비중도 아직까지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이 결국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는 상황이 오면 그 파장은 영국을 넘어 전세계에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캐머런 총리 국민투표 시기 앞당겨 '승부수'= 현재 스코틀랜드 독립을 둘러 싼 논란의 핵심은 국민투표 시기다. 지난해 총선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스코틀랜드민족당(SNP)이 정권 말기인 2014년에 국민투표를 치르겠다는 입장인 반면 캐머런 총리는 최근 "18개월 안에 결판을 내자"며 샐먼드 장관을 압박하고 있다.

SNP가 2014년을 선택한 이유는 이 해가 스코틀랜드 독립 투쟁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배넉번 전투'가 벌어진 지 7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영연방 체전도 2014년에 열린다. 민족감정에 호소해 독립을 이끌어 내겠다는 계산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이다.

최근 영국의 싱크탱크인 브리티시 퓨쳐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 연방에 남기를 원하는 스코틀랜드인의 비중이 54%에 달해 아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은 점도 투표를 늦추려는 배경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영국은 투표 시기를 앞당길수록 유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경제위기의 불길이 꺼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는데다 올해에는 런던 올림픽까지 열려 '표 단속'을 하기에 여러모로 사정이 낫기 때문이다.

캐머런 총리는 "런던 의회의 승인을 얻지 않은 국민투표는 명백한 위법이며 법적 구속력이 있는 투표를 원한다면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SNP는 "캐머런 총리의 이 같은 제안이 스코틀랜드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일이라면서 국민투표는 자치 정부 고유의 권한"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캐머런 총리는 이에 대해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샐먼드 장관과 수일 내에 회담을 열고 국민투표 시기를 조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양 지도자가 극적인 타협에 도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텔레그라프는 분석했다.

◇'뜨거운 감자' 파운드 VS 유로= 국민투표 시기 외에도 스코틀랜드가 독립할 경우 파운드화와 유로화 중 어떤 화폐를 사용할지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로서는 독립 초기 파운드화를 사용하되 장기적으로는 유로화 사용을 검토하겠다는 게 샐먼드 총리의 공식 입장이지만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최근 현지 TV에 출연해 "SNP가 화폐에 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국민들에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샐먼드 총리를 강하게 압박했다.

스코틀랜드가 파운드화 울타리에 남기 위해서는 우선 영국을 비롯한 연방 국가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오스본 장관은 스코틀랜드의 파운드화 사용을 허용할지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하고 있다.

문제는 이 경우 스코틀랜드가 독립국이면서도 영국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결정권이 영국 중앙은행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기도 어렵고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사례에서 보듯 영국이 스코틀랜드의 재정 운영을 사실상 감독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유로화를 사용하기도 난감한 처지다. 유로화의 가치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생국 스코틀랜드가 이 같은 리스크를 짊어지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가 발행하는 유로화 채권이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스코틀랜드 야당인 노동자유민주당(LLD)은 "유로존 편입은 스코틀랜드 경제를 붕괴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분리 때는 스코틀랜드ㆍ영국 경제 모두 타격= 정치적 이유를 따로 떼어 놓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면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분리는 서로에게 득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단 양 국가 모두 경제 규모가 쪼그라들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3대 경제대국인 영국의 경제는 스코틀랜드 이탈 이후 스페인 수준으로 주저 앉게 된다. 유럽에서 영국의 지위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스코틀랜드도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된다. 2010년말 기준 스코틀랜드의 국내총생산(GDP)는 2,000억달러에 채 미치지 못해 그리스나 포르투갈, 아일랜드보다도 낮아지게 된다.

영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잃는 것도 단점이다. 스코틀랜드는 특히 수출 시장에서 영국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실제로 지난 2009년 기준 스코틀랜드의 대 영국 수출액은 452억파운드로 전체 수출액의 68%를 차지했다.

스코틀랜드 금융 시장이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복구하기 힘든 피해를 입을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자칫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사태라도 빚어질 경우 회생이 어렵다는 것이다.

스코티시 파이낸셜 엔터프라이즈의 오언 켈리 최고경영자(CEO)는 텔레그라프에 "분리 독립을 결정하는 것은 스코틀랜드 국민"이라면서도 "SNP는 독립이 기업과 종업원 그리고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설명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탠더드 라이프의 관계자 역시 "스코틀랜드 독립이 기업들에게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여건을 만들 수 있을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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