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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노사정 대타협, 남긴 숙제들이 더 많다

대기업 등 1차 노동시장 개혁

인력운용 유연성 개선되겠지만 하청 근로자 직접적 과실 없어

1·2차 노동시장 간 격차해소… 양질의 고용 궁극 목표 이뤄야


2013년도 일자리창출지원 유공자 정부포상 시상식<YONHAP NO-1349>


이제는 우리 노동시장의 소외된 90%를 생각해야 할 때다. 어렵게 성사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의 사안들이 주로 10%에 해당하는 대기업·공공 부문 중심의 1차 노동시장에 있는 내부자들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를 통해서라도 생산성과 간극이 있는 고임금체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한 정년제와 호봉제가 있는 직장은 90%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이나 특수고용직 근로자들에게는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인력난으로 힘들어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고용관계의 경직성보다는 좋은 인재들이 오지도 않고 와도 오래 있지 않고 떠나버려 문제다.

이번 대타협에 제시된 개혁 어젠다들이 성공적으로 시행된다면 1차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인력 운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1차 노동시장의 문이 열렸다고 해서 곧바로 2차 노동시장에 있는 장시간-저임금 근로자들에게 상승 이동을 해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인 원청과 1·2·3차 하청업체들로 이뤄진 중층적 하도급 구조를 이루고 있는 우리 제조업의 경우 대부분의 신규 인력 채용이 하청업체를 통해 이뤄지고 하청업체에서 원청으로 상승 이동해 갈 수 있는 기회가 극히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1차 노동시장의 문턱 낮추기로 새롭게 열린 기회가 90%를 차지하는 2차 노동시장 근로자들이 더 좋은 일자리로 이동하는 기회가 되기보다 청년층의 대기업·공공 부문 선호와 줄서기를 더 심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궁극적 목적과 가치가 1차와 2차 노동시장의 격차 완화와 공정한 인사관리 시스템의 정착을 통한 새로운 양질의 고용기회 확대에 있다는 것은 제안자인 정부에서도 반복해서 강조하는 사항이다. 그렇다면 이번 노동시장 개혁의 실질 효과는 결과적으로 어떠한 새로운 고용기회들이 창출되는가에 따라 평가될 것이다.

지난 1998년 IMF 경제위기를 맞아 경영 효율성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해 추진된 노사관계 개혁 이후 바라지 않았던 부정적 부산물들, 즉 기간제 및 임시직·하도급·파견근로의 증가는 고용의 질과 소득 분배의 악화를 가져왔고 그러한 노동시장의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후 비정규직 보호법안들이 제정됐다. 오늘 우리는 바로 그러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들을 개선하려고 다시 사회적 대타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볼 때 이번 대타협도 보다 유연한 노동시장과 격차 해소를 위해 향후 노사정이 함께 추진하기로 한 과제의 리스트를 짠 것에 불과하다고 봐야 할 것이며 개혁의 성공은 결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개혁은 기존에 구조화된 사회 시스템, 즉 법·제도·관행·인식 등에 내재화된 이해관계와 기득권을 흔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것일수록 바꾸기가 어렵다.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혁은 궁극적 목적과 추구하는 가치에 충실하되 기존의 이해관계 조정을 위한 인내심 있는 협의와 협상, 그리고 개혁의 어젠다를 간단없이 추진해나가는 일관성과 지속성이 필요하다.

역사의 경험에 비춰볼 때 개혁에 지름길은 없다. 쉽게·빠르게 하면 일단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겠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격언에도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오래 가고 싶으면 둘이 같이 가라고 했다. 사회적 대타협의 궁극적 가치가 우리 노동시장에 더 많은, 더 좋은 고용을 창출하고 일하는 사람들 간의 격차 해소라는 성과물로 나타나는 것은 대타협 이후 개혁의 어젠다들을 노사정이 어떻게 신의 성실하게 실천해나가는가에 달려 있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전 고용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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