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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실손보험금 청구…의료계 난색 표해

금융당국이 민영보험인 실손보험금의 병원 청구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실손보험이 우리 사회 의료보장 체계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비자의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사례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병원 등의 부당 청구나 과잉 진료를 줄일 수 있어 국민 1인당 의료비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소비자 편익 증대에도 의료 업계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반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실손보험은 환자가 병원에서 받은 치료비의 대부분을 보장한다. 진료비의 많은 부분을 건강보험이 커버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비도 만만치 않은 만큼 이 부분의 80~90%를 실손보험이 보장한다.

실손보험금을 병원이 보험회사에 직접 청구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금을 청구하지 못하거나 빠뜨리는 일을 없앨 수 있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험금 미청구 조사에 따르면 1만원 이하 외래진료비에 대한 미청구 건수 비율은 51.4%나 됐다. 절반이 넘는 경우 보험금을 못받아 손해를 본 셈이다.

1만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서도 9.6%가 보험금을 받지 않았다. 약 처방도 8000원 이하는 49.5%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고, 8,000원 이상은 그 비율이 6.6%에 달했다.

비싼 입원비도 미청구율이 4.5%나 된다. 건당 입원비는 무려 32만5000원에 이르는데도 청구를 하지 않은 것이다.

미청구 이유로는 ‘금액이 적어서’라는 응답(87.7%)이 가장 많았고 ‘진단서 등 발급비용 지출’에 따른 부담이 7.2%, ‘번거로운 청구과정’은 4.3%였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심평원에서 실손보험금 청구내역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이 과잉진료를 하거나 진료비를 부당 청구하는 관행도 사라질 수 있다.

전체 치료비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

주요 손보사에 제출된 병원 치료비를 보면 전체 치료비에서 비급여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60.3%에서 지난해 10월까지는 65.8%였다.

급여 진료비 비중(34.2%)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이는 해마다 비급여 진료비가 증가하는 것은 병원이 환자들에게 고가의 비급여 진료를 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도 보험 가입자들이 소액까지 일일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의료비 지출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불편은 줄어들고 편익은 증대되지만 의료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의료계는 취지는 좋지만 의료기관이 실손보험까지 청구를 하면 현실적으로 너무 많은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환자에 따라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때로는 고가의 선택진료로 수익을 얻어야 하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진료비에 대한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달갑지 않은 일일 수 있다.

보험회사로부터 진료비를 돌려받기까지 1∼2주 정도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반대 이유다.

실손보험 상품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환자 본인부담금을 산출하는 작업 역시 쉽지 않고, 만약 보험금이 잘못 지급된다면 피보험자인 환자로부터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데도 회수가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건강보험은 급여 기준과 의료수가가 동일하지만, 실손보험은 보험약관마다 달라서 얼마를 지급할지에 대해 혼란이 있을 것”이라며 “도입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기준이 정비돼야 하고, 법안 등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의 효율성 입장에서는 좋은 취지이지만, 사보험의 영역을 공보험과 같은 체계로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데 매진해야 하는데 도입했을 경우 의료인이 떠안아야 하는 일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해 관계자들을 잘 설득해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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