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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활용품 살균제는 안전한가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임산부 사망 사건으로 전국이 공포에 휩싸였다. 살균제 성분이 폐 섬유화를 일으켰다는 조사발표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는 전면 판매금지됐다. 그러나 물티슈, 화장품 등 각종 생활용품에 가습기 살균제와 유사한 성분이 포함된 채 그대로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안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동일성분 제품 버젓이 팔려

사망사건 당시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80% 이상에는 PGH, PHMG 등 구아디닌(guanidine)계열의 공업용 성분이 사용된다는 발표에 따라 필자는 이들 제품과 원료 분석을 위해 해당 성분을 인체 혈관 대식세포에 처리를 해 봤다. 처리 결과 생각보다 구아디닌 계열의 살균제가 독성이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권장 사용량인 최종 농도 0.2~0.3%에서 모든 세포가 짧은 시간 내에 죽을 정도였다. 10배 이상 희석해 처리했더니 세포의 사멸은 줄었지만 염증이 크게 증가하였다. 대식세포는 혈액의 면역력을 담당하는 중요한 세포로 염증이 증가하면 혈관을 타고 동맥경화가 발생하고 급격한 감염이 진행돼 심혈관질환, 패혈증 등 심각한 상황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필자는 또 임산부가 사망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배아에 대한 독성이 의심스러워 제브라피시(zebrafish)의 배아에 가습기살균제 성분을 미세하게 주입한 결과, 배아의 발달이 느려지고, 염증이 증가하고, 배아 사멸이 현저히 증가하였다. 특히 PGH를 주입하였을 때 배아가 가장 느리게 발달하고 반면 염증은 가장 심각하게 발생하였다. 이는 배아 독성이 있음을 의미하므로 임산부나 태아에게 각별히 주의해야 하며 아울러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살균제는 손세정제, 물티슈, 살균 스프레이 등 얼굴과 손에 접촉되는 경우가 많아 피부세포의 위험성을 확인해야만 한다. 필자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피부세포 노화와 세포 수 감소 등이 발생했다. 제브라피시를 가습기에 첨가하는 동일한 농도의 살균제에 희석해서 넣어 본 결과 65분만에 모두 죽었다. 죽은 제브라피시의 혈청에는 중성지방농도가 2배 이상 증가했고 간조직을 분석한 결과 심각한 지방간이 유발됐으며 염증과 세포노화가 급격히 진행됐다. 심장조직을 분석해 보니 심장대동맥에 콜라겐 섬유화가 심각하게 진행돼 동맥내부가 막혀있었다. 1시간 만에 사망한 이유가 바로 심장대동맥의 폐쇄였다. 사람의 경우에는 폐 섬유화 때문에 사망하였을 것이라고 추측하였지만 본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혈청 지단백질의 손상과 심장 동맥의 섬유화가 있었을 가능성도 커졌다.

살균제 성분이 이렇게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는데도 물티슈, 화장품, 콘택트렌즈 세정액, 핸드워시, 스마트폰 액정 클리너 등 각종 생활용품에 포함된 채 별다른 검증 없이 유통되고 있다. 극미량으로도 세포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는데도 살균제 성분이 포함된 제품에는 함유량에 대한 표시를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제조사는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살균제 스프레이로 장난감과 어린이들에게 마음껏 뿌리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준다.



안전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그런데 어떻게 안전하다고 판정되어 국내에서 허가를 받고 유통되고 있을까. 이는 그동안 선진국의 기준을 맹신하고 지나치게 방심한 탓이 가장 큰 원인이다. 유럽에서 개발되고 안전하다고 하면 우리나라에는 별다른 규제를 마련하지 않고 믿고 사용해 온 것이 현실이다. 현재 PGH는 유독물로 등록조차 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외국에는 가습기 살균제라는 제품 자체가 없기 때문에 사망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독성이 강한 공업용 성분이 들어간 각종 생활제품의 제조와 유통 실태를 파악하고 안전가이드라인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조경현 영남대 단백질센서연구소장 ㆍ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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