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중국중앙방송(CCTV)의 '올해의 경제인물' 시상식이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지난 10일 CCTV는 "사옥이전 등의 문제로 준비할 시간이 충분치 않아 2014년 올해의 경제인물 선정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CCTV는 지난 2000년부터 올해의 경제인물을 선정해 매년 12월 12일에 시상식을 개최해 왔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 세계 전자상거래의 대부로 불리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 아시아 최대부호인 청쿵그룹의 리카싱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해에는 중국 스마트폰업계의 다크호스인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이 선정됐다.
CCTV는 내부 사정이라고 해명했지만, 14년째 진행해 온 행사를 취소한 데는 말 못할 사정이 있다. 부패 호랑이 사냥에 걸려든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의 수사에 CCTV가 휘말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저우융캉에게 제기된 '부인살해'와 '호색행각' 혐의는 CCTV 출신 여성과의 내연관계에서 출발했다. 저우융캉은 두 번째 부인인 28살 연하의 CCTV 수습기자 출신 자샤오예와 재혼하기 위해 조강지처였던 왕수화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저우의 내연녀로 알려지며 올 초 CCTV에서 자취를 감춘 선빙, 예잉춘 등 유명 아나운서들을 소개한 리둥성 전 CCTV 부사장 등이 사정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게다가 뇌물수수 혐의로 경제채널 간부들이 당국에 체포되거나 조사되면서 CCTV의 신뢰성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우선 세계정상 30여 명, 세계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3,000명을 인터뷰하며 유명세를 떨친 간판 앵커 루이청강이 뇌물수수를 이유로 당국에 체포됐다. 또 궈전시 CCTV 재경채널 총감과 리융 부총감 등도 비리 혐의로 체포됐다. 이른바 '궈전시 사단'이라고 불리며 CCTV 내 절대적 권력을 누렸던 이들 3인방이 체포되며 재경채널은 비리채널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특히 궈 전 총감이 '올해의 경제인물'과 소비자고발프로그램인 '3ㆍ15 완후이' 등 CCTV 경제관련 대표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관련 프로그램의 신뢰도로 크게 추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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