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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다단계 판매, 다단계 피해
입력2006-07-03 16:28:27
수정
2006.07.03 16:28:27
“요즘 잘 지내십니까. 여러모로 힘드시죠.”
“뭐 그저 그렇습니다.”
“경제가 워낙 어렵지 않습니까. 그래도 조금만 고생하면 쉽게 돈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던데요.”
몇 년 동안 소식이 끊겼던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뭐죠’ 하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다단계 판매’를 권하는 내용이다. 피라미드 형태의 다단계 판매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사업 초기에 거의 맹신에 가까운 신뢰를 가진다. 마치 종교에 심취한 사람들의 전도활동으로 느껴진다.
매년 불거지는 사기 피해
“이제야 내가 돈을 버는 확실한 방법을 알았다. 당신도 한 번 해봐라. 분명히 돈을 벌 수 있다. 나보다 몇 년 앞서 시작한 모씨는 이미 수십억을 벌었다. 판매망만 확충하면 된다. 지금 하는 일과 병행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 같은 다단계 판매는 줄곧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왔다. 최근 불거진 제이유그룹 사태는 그 피해가 정점에 도달한 느낌이다. 검찰이 추산하는 피해액은 모두 7,200억원. 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는 직ㆍ간접 피해자가 35만여명에, 받지 못한 수당만 5조원이 넘는다고 말한다. 1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은 사람이 1만명이 넘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피해자 가정이 풍비박산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부부싸움 끝에 죽음으로 치닫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사실 다단계 판매의 급성장은 복합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 98년 환란 후 다단계 판매는 너무 쉽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기업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실업자들을 양산했다. 이들 중 어느 정도 자본을 가진 사람들은 창업을 했으나 그것조차 부족한 사람들은 다단계 판매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한 개의 일만으로 살기 힘든 사람, 청년실업의 심화로 취직할 길이 막막한 젊은이들을 유혹하기에도 충분했다.
경제가 어려울 수록 ‘일확천금’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다단계 판매는 그들에게 희망을 갖게 해줬다. 최근 물의를 일으킨 제이유그룹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회사는 ‘소비생활 공유 마케팅’ 이라는 방식을 도입, 최근 3년 새 업계 1위 업체로 급성장했다. 기존 다단계 회사들이 회원을 모아오면 수당을 주는 거라면 제이유는 건강보조제 등 물품을 구매하면 수당을 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240만원 정도의 물건을 사면 300만원까지 수당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믿고 친지들을 종용해 수억원어치의 물건을 사는 경우도 허다했다. 결국 이러한 마케팅을 하는 기업은 누적되는 적자에 허덕이다 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야 할 문제는 다단계 판매가 유통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직접판매시장의 연간 매출은 2003년 기준으로 7조9,000억원, 판매원 숫자는 160만명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앞으로는 생필품과 가정용품 등에 국한됐던 제품들이 전화ㆍ금융ㆍ전기 등 무형의 서비스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일확천금 환상 벗어나야
때문에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업체는 처벌을 강화하고 합법적인 업체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다단계 판매업 규제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세다. 합법적인 직판업체에 대한 공정한 처우를, 불법업체에 대해서는 엄격한 처벌을 하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다단계 판매도 일종의 유통망이다. 큰돈을 벌 수 있는 확률은 다른 업태와 별 차이 없다. 오히려 더 어렵다. 다단계 사업자의 90% 이상은 최종 소비자에 지나지 않고 소수에게만 이익을 모아주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은 그만큼의 리스크를 지니고 있다는 진리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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