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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만추

가슴 뭉클한 3일간의 짧지만 강렬한 사랑


한 장면 한 장면 버릴 것이 없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3일밖에 없었기 때문일까, 사람 사이의 만남은 3일이면 애당초 충분한 걸까? 이국 땅에서 만난 한국 남자 '훈'(현빈)과 중국 여자 '애나'(탕웨이)의 3일간의 만남을 담은 영화 '만추'는 김태용 감독의 세밀한 감성 속에서 안타까움과 설렘을 오가며 그려낸 수작이다. 시간과 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늘 부족한 이 두 가지가 전혀 필요 없는 애나는 남편을 죽인 살인범이다. 어머니의 장례식에 가기 위해 3일 간의 시간을 얻은 그는 시애틀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한국 남자 훈을 만난다. 부유한 여성들을 만나서 돈을 버는 훈은 전형적인 '제비'다. 처음엔 애나에게 접근할 목적으로 애나에게 돈을 빌리고 시계를 맡기지만 곧 애나에겐 시계도 돈도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되고 하루동안 그녀의 가이드가 돼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녀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웃음을 준다. 영화는 언어도 다르고 살아온 삶도 다른 두 사람이 안개 자욱한 이국 땅 시애틀에서 하루 동안 함께하는 모습을 담는다. 1년 중 6개월은 환상적인 날씨가 이어지지만 6개월은 비가 오고 안개가 껴 자살률이 높다는 시애틀은 두 남녀의 짧지만 강렬한 만남의 훌륭한 배경지가 된다. 영화는 유쾌한 웃음을 주다가도 가슴이 철렁하도록 뭉클하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두 사람이 함께 놀이공원에 가서 다른 연인들의 대화를 보고 자신들이 더빙 하듯 말을 입히는 장면은 가장 뭉클한 명장면이다. 김 감독은 놀이공원의 판타지와 시애틀을 감싸는 쓸쓸함을 아름답게 조화시켜 관객의 감수성을 깊숙히 건드린다. "용서를 바라는 게 아니에요. 사랑을 원하는 거에요"라고 외치는 탕웨이의 말처럼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는 사랑이다. 중국어를 모르는 훈이 애나의 말에 '하오'(좋다)와 '호이'(나쁘다)를 아무렇게나 말하지만 사랑의 힘으로 그 뜻은 통한다. 1966년 제작된 이만희 감독의 '만추'는 지금까지 네 번이나 리메이크됐다. 1972년 일본 영화 '약속'을 시작으로 1975년 김기영 감독의 '육체의 약속', 1981년 김수용 감독의 '만추'에 이어 오는 17일 개봉하는 김태용 감독의 영화까지. 원작 '만추'가 한국 가을의 쓸쓸함을 담았다면 이번 작품은 시애틀의 '안개' 속에서 새롭게 탄생했다. 훌륭한 고전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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