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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거세지는 세계 보호무역

뉴욕=서정명특파원 vicsjm@sed.co.kr

세계 경제가 보호무역으로 회귀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던 국제간 자유무역은 점점 종말을 고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성장률 둔화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데다 슈퍼파워 미국이 사상 최대에 달한 무역적자를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이전의 무역 동지들을 적(敵)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다. 지난 4월11일은 유럽연합(EU) 항공산업이 체면을 구긴 날이다. EU는 에어버스 항공기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즉각 중단하라는 미국의 끈질기고 집요한 요구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피터 만델슨 등 EU 무역담당 집행위원들은 미국의 등살에 못 이겨 떨떠름한 표정으로 에어버스가 개발중인 신형 항공기 A350에 대한 지원을 연기한다고 발표하는 수모를 당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섬유수입쿼터 폐지 이후 미국과 EU가 약속이라도 한 듯 자국 내 섬유산업 고사(枯死)를 이유로 정밀 실태조사에 나서는가 하면 여차하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WTO까지 나서서 미국과 EU는 중국에 대한 섬유 수입제한 조치를 취하기 이전에 시간여유를 가지고 쿼터 폐지의 영향을 분석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WTO는 이미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궁지에 몰린 중국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자국 섬유제품에 대해 고율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세계 경제의 양대 축에 무릎을 꿇었다. 이처럼 국제경제 패러다임이 보호무역 주의로 빠르게 선회하고 있어 한국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을 놓고 미국과의 정치적인 동맹은 더욱 굳어질지 모르지만 경제적인 이해관계는 갈수록 꼬일 것이 분명하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 짓기를 원하는 한국으로서는 스크린쿼터와 농산물 개방, 지적재산권 문제 등 세부내용에 있어서는 마찰과 갈등이 불가피하다. 또 한국 내부의 이해당사자간 의견조율과 공감대 형성도 필수적이다. 서서히 윤곽을 나타내는 보호무역 그림자가 우리와는 상관없는 딴 세상 얘기라고 팔짱을 끼고 있어서는 안된다. 미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산업을 못마땅하게 여겨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산업 지원과 육성을 이유로 불합리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 금융시장은 이미 한국 주식시장의 외국인 주식보유 보고(5%룰)와 외국인의 은행 이사 수 제한 조치에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 기관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한국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라며 싱가포르, 홍콩과 극명하게 대비시켰다. 세계 경제의 보호무역 흐름과 강경한 통상정책이 점점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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