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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따오기

최태지 정동극장장

우리 극장에서는 가족극 ‘몽실언니’가 지난주 막을 올렸다. 화려한 공연이 집중되는 연말에 우리 민족의 어려웠던 시절을 이야기하는 연극이 통할까 싶어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첫주 성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게다가 몽실언니는 필자에게는 소중한 체험의 기회가 되고 있다. 지난 일요일 다양한 손님들이 몽실언니를 찾아 극장에 왔다. 삼삼오오 가족단위로 오신 일반 관객뿐만 아니라 모 기업체의 단체손님, 그리고 어느 사회복지단체를 통해 초대된 결손가정 아동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 탈북가정의 청소년들 등등. 여느 때보다 다양한 관객들과 함께 필자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객석에 앉아 있었다. 해방과 6ㆍ25동란의 난리 속에서 비참한 고통을 겪는 어린 소녀 몽실이의 이야기가 하나 둘 펼쳐지면서 객석 어디선가 코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몽실이가 전쟁 통에 아버지를 잃고 절규하는 장면에서 훌쩍거림은 조용한 흐느낌으로 바뀌어 있었다. 화려한 무대나 의상도 없고 요즘 시대와는 동떨어진 어두운 시절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일으키는 파장은 신선했다. 넥타이를 맨 아저씨들,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온 젊은 주부들, 그 시대에 대해서는 책으로만 들었을 뿐인 뚱한 표정의 요즘 아이들이 부은 눈으로 극장 문을 나서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았다. 필자 역시 재일교포로 자라면서 실감하지 못했던 우리 역사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또한 살아온 배경도, 현재 삶의 환경도 너무나 다른 그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가슴 시큰한 공감에서 필자는 앞으로 문화 생산자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많은 영감을 얻었다. 그 어떤 장식에 앞서 문화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인간에 대한 애정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진솔한 인간성을 표현함으로써 무대는 삭막한 현대생활 속에서 우리가 잊어버린 ‘휴머니티’의 불씨를 살리는 공간이 돼야 한다. 공연이 끝난 후 잊혀지지 않는 가슴 뭉클한 멜로디가 있어 극단 관계자에게 물어봤더니 그 곡이 유명한 동요 ‘따오기’라고 알려줬다. 처음 듣는 선율이었지만 낯설지 않고 오히려 마음 깊이 와 닿았다.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내 어머니 가신나라 해 돋는 나라.’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동요를 늦었지만 알게 된 것도 몽실언니가 필자에게 준 고마운 선물이다. ‘따오기’의 애잔한 선율을 듣고 있으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려운 삶 속에서도 소중하게 지켰던 보석 같은 인간애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몽실언니는 그렇게 시공간을 넘어 필자의 마음 속에도 따뜻한 촛불 하나를 켰다. 이번주 말, 아무리 바빠도 잠시 멈추고 마음속 ‘따오기’를 찾아 주변 공연장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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