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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미래질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미래질’이란 말이 유행이다. ‘미래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종목을 사거나 파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를 운영하는 ‘싸이질’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이 낯선 말이 최근들어 증권가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거 언제 이렇게 올랐어”라고 말하면 “그거 ‘미래질’ 한 것 아니야”라는 식이다. 미래에셋이 손대는 종목의 수익률이 지수평균 수익률을 크게 웃도는 것을 빗댄 말이다. 그만큼 미래에셋의 일거수일투족이 증권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 관심과 질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올해 여의도에서는 ‘친미와 반미’ 논쟁이 뜨거웠다. 사상 논쟁이 아니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을 좋아하는 사람들(친미)과 미래에셋을 싫어하는 사람들(반미)로 구분할 수 있다는 농담이다. 미래에셋을 빼놓고는 올 한국증시를 말하기 어렵다. 펀드시장을 석권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금융시장의 블랙홀로 떠올랐다. 투자자들이 펀드를 들 때 “미래에셋 그것 있죠”라고 한다는 인사이트펀드에는 무려 4조5,000억원이나 빨려들어갔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은행에 돈이 마르면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폭등한 것도 미래에셋 때문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은행에서 돈이 주식시장, 더 좁혀서 말하면 미래에셋으로 빠져나가자 빈 금고를 채우기 위해 은행이 CD를 연일 찍어내면서 채권 값이 급락(금리급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채권 값 하락을 미래에셋에게만 전가하는 주장은 너무 일방적이지만 미래에셋이 자산운용사를 대표한다는 측면에서 CD금리 상승에 일조를 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의 독주를 경계하는 빛이 역력하다. 쏠림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얼마 전 증시를 흔들었던 미래에셋의 선행매매 괴담이다. 미래에셋 펀드매니저가 몰래 주식을 사놓고 펀드로 주가를 올려 수백억원의 이익을 취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미래에셋증권과 자산운용이 운영하는 펀드에 편입된 주식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됐지만 누가 왜 이런 루머를 퍼뜨렸는지는 설만 무성하다. 은행권에서 자금이 급격히 빠져 나가는 것을 막기위해 했다는 설과 경쟁 자산운용사 측에서 미래에셋측 보유 증권을 대량 처분하면서 퍼뜨렸다는 설이 또다른 루머로 돌았다. 루머의 진원지는 잘 밝혀지지 않는다. 다만 이 사건은 미래에셋의 지나친 비대화에 따른 역기능이라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사건이었음은 틀림없다. 금융감독원은 이번주부터 미래에셋에 대한 정밀 종합검사를 실시해 루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가 미래에셋의 독주를 막기위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미래에셋으로 돈이 몰린다고 하향평준화를 추구하면 안된다. 미래질은 우리 금융시장이 선진시장으로 가기 위한 성장통이기 때문이다. 조사는 이런 관점에서 실시돼야 한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시장은 먼저 보는 사람들의 것이고 지금은 미래에셋이 승리자”라며 “항간에 이를 질투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옳지 않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행히 미래질에 대한 부작용 우려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미래질은 넘치는 글로벌 유동성을 바탕으로 세계 증시의 대세상승세를 타면서 더욱 도드라졌다. 하지만 세계 증시가 조정기로 접어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신화를 만들어내던 미래질의 수익률이 예전같지 않다. 삼성과 한국투자, 대한투자 등 경쟁사들이 운용하는 펀드들 가운데 단기 수익률에서 미래펀드를 앞서는 것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투자자들은 미래질이 최고의 수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경쟁이 발전의 토대가 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내년에는 미래질 뿐만 아니라 삼성질, 한국질, 대투질 등 다양한 유행어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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