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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자로 과장급 전보 인사를 냈다. 도시정책과장·토지정책과장 등 10여명이 자리를 옮겼고 이 가운데는 수도권 광역버스를 관할하는 대중교통과장도 포함돼 있었다. 인사가 단행된 16일은 정부가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금지를 시행한 첫날이었다. 이날 첫 부임한 대중교통과장은 업무 파악도 하기 전에 수도권 교통본부 대책점검회의에 참석해 출근대란에 대해 설명하고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국토부의 인사 시기만 봐도 출근대란을 예견할 만했다. 대중교통과에서 담당하는 중요한 정책 시행 첫날 책임자를 교체할 정도로 국토부는 무심했다.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기에 충분했다.
수도권 광역버스의 입석금지 첫날은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였다. 성남·용인 등 수도권 일대에 거주하고 서울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무더기 지각 사태가 빚어졌다. 시민들의 불만과 항의가 거세지자 일부 버스는 입석승객을 다시 태웠다. 혼란은 이튿날에도 이어졌고 결국 국토부가 당분간 용인 등 일부 지역에 입석 승객을 허용하는 등 정책이 후퇴돼서야 진정됐다.
입석금지로 인한 혼란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시민단체와 업계에서는 당초 출근시간대 330~350대 증차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지만 정부는 222대 증차 계획만 세웠다. 그나마도 증차 목표의 60%인 134대만 첫날 투입돼 극심한 출근대란이 벌어진 것이다. 국토부는 "증차로 사용할 전세버스와 계약 문제, 교통카드 결제기 설치 문제 등으로 증차가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증차도 제대로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입석금지를 강행해야 했을지 회의감이 든다.
국토부가 입석승객 탑승금지를 시행한 취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시행 방식에 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혼란을 줄이려는 준비기간이 필요했다. 가령 16일부터 모든 입석승객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입석승객의 탑승 인원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혼란을 완화해가며 점차 해소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국토부는 "초기 운영이 미숙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러기에 충분한 준비기간과 점진적 실행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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