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방 후 최초의 문예영화이자 배우 조미령의 데뷔작인 1948년 영화 ‘해연(海燕)’이 67년 만에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한국영상자료원은 7일 ‘갈매기’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영화 ‘해연’을 지난해 7월 일본 고베영화자료관 방문 조사 과정에서 발굴·수집했다고 밝혔다. 야스이 요시오 고베영화자료관장에 따르면 이 필름은 3년 전 일본 고물상에서 발굴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자료원은 고베자료관 보존고에서 발굴한 9롤의 35㎜ 필름을 보존용 필름으로 제작·복사해 지난달 국내로 들여왔다.
‘해연’은 영화 ‘임자 없는 나룻배’로 데뷔한 고(故) 이규환(1904~1982) 감독의 해방 후 네 번째 작품이다. 이 감독은 일제 강점기 한국영화사를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그의 연출작 20편 중 지금까지 보존돼 있는 작품은 은퇴 기념작인 ‘남사당(1974)’이 유일하다.
영화는 바닷가에 있는 한 소년감화원을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상자료원 측은 1940년대 중후반 서울의 모습과 부산 감화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깊다고 전했다. 1940년대에 제작된 한국영화 89편 가운데 16편(18%)만이 보존된 터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전의 해방기 한국영화사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도 높다.
아울러 영화는 1950~1960년대 수많은 작품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던 원로배우 조미령(86)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는 ‘해연’을 찍을 당시 열아홉 살이었다. 건강 문제로 영화 공개 행사에 참석하지는 못한 그는 영상자료원을 통해 “한국도 아닌 일본에서 영화가 발견됐다니 잃어버린 가족을 만난 기분”이라는 소감을 전해왔다.
‘해연’은 15일과 19일 서울 마포구 시네마테크KOFA에서 일반 관객에게 무료로 상영될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은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www.koreafilm.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