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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부동산 대책과 인센티브

현 정권과 집권여당의 인기도가 한참 떨어진 채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그중 하나는 부동산대책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집값이 크게 올라 종부세를 내게 된 지역의 주민들은 거액의 세금을 내면서 많은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 종부세를 내기가 어려워 더 싼 집으로 이사를 가려 해도 이제 더 큰 양도세가 입을 벌리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한숨과 불평만 쌓여갈 뿐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자기가 가진 집의 가격이 오르는 것을 별로 반기지 않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경제활동과 인센티브는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인간의 경제활동은 경제적ㆍ도덕적ㆍ감성적 인센티브들이 개개인의 심리와 연계돼 매우 미묘한 형태로 전개된다. 미국의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이 쓴 ‘프리코노믹스(Freakonomoics)’라는 책에는 이런 인센티브를 실험한 얘기가 나온다. 이스라엘의 한 어린이 놀이방에서는 퇴근시간이 지나도 어린이들을 제시간에 데리러 오지 않는 부모들 때문에 매번 교사가 늦게까지 기다리곤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지각하는 부모들에게 10분마다 3달러씩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다음날부터 지각하는 부모의 수가 그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말았다. 게다가 늦게 오는 부모들이 이제는 전혀 미안해하지도 않으며 계산하듯 3달러를 건네주고는 가버리는 것이었다. 바로 그들이 내는 3달러라는 경제적 인센티브보다 ‘늦게 오면 안 된다’는 미안한 마음의 양심적 인센티브가 훨씬 컸다는 얘기다. 그들은 ‘3달러’로 미안함을 쉽게 ‘대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흔히 국민의 세금액이 점점 많아지면 혹시 집단적인 ‘조세저항’이 있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다. 그는 소득에서 ‘원천징수’하는 방안을 고안해냈다. 보수를 받는다는 인센티브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역(逆)인센티브를 눌렀기 때문에 조세저항 문제는 단번에 해결된 셈이다. 부정행위도 인센티브로 분석해볼 수 있다. 부정행위는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최고의 경제활동이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사회규범적ㆍ양심적 역인센티브가 더 크기 때문에 쉽게 부정행위를 하지 못한다. 더구나 최근 들어 그런 역인센티브가 훨씬 커졌다. 미디어와 인터넷으로 정보전파의 속도와 범위가 훨씬 커지면서 부정행위자들은 자신들에 대한 나쁜 정보가 예전보다 훨씬 빨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다시 부동산대책을 인센티브적으로 분석해보자. 당사자인 국민들에게는 집값ㆍ세금 그리고 삶의 질이라는 세 가지 인센티브가 미묘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다. 아마도 이 세 가지 인센티브가 상호작용하는 도식이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면 이 복잡한 부동산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게 풀리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데이터가 나오기 전이라도 기본적인 인센티브 작용은 쉽게 가늠이 간다. 예를 들어 종부세를 피하기 위해 더 싼 집으로 이사하더라도 과도한 양도세 때문에 차액이 전혀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안 된다면 누가 더 싼 집으로 가려 할 것인가. 집 한 채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노부부가 그 집으로 노후대책을 삼으려 할 때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 분명하다. 또 다른 인센티브를 부동산대책에 포함시킬 수 있다. 바로 양심에 의거한 ‘나눔의 인센티브’다. 물질적 풍요는 인간의 ‘기본 선(善)’을 자극한다. 바로 남을 돕고 같이 산다는 ‘상생(相生)정신’이다. 실제로 국민소득이 오르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정부가 이를 수용하고 이용하는 데는 적극적이지 못한 듯싶다. 그래서 ‘있는 자들의 나눔’을 더욱 권장할 필요가 있다. 지금 소득의 10%까지만 인정하는 기부나 성금액의 한도를 바로 이 양도차액에서는 100% 인정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집을 사고팔 때의 차액 중 일부를 남을 위해 기부한다면 그는 세금이라는 ‘억울한’ 역인센티브를 ‘나눔’이라는 선인센티브로 바꿀 수 있어 좋고, 정부는 어차피 예산으로 사용할 복지 소요자금을 간접적으로나마 받을 수 있으니 큰 손해는 없는 게 아닌가 싶다. 정부가 ‘있는 자’들에 대한 ‘응징’이 아닌 제3자적인 냉정한 눈으로 인센티브 대체운용의 묘를 터득하면 의외로 소위 ‘윈윈’의 결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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