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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출연연 개혁.. 제목소리 회복이 관건

북부 아프리카에서 유목생활을 하던 아랍족은 오랫동안 유럽을 정복하려고 기회를 엿보던 중 711년 마침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스페인을 공략한다.코르도바·세빌·사라고사·톨레도를 차례로 함락한 아랍군은 몇년후 프랑스로 진격, 보르도마저 점령해 버린다. 당시 아퀴타인지역의 공작이었던 유도는 몇차례 아랍군을 저지하지만 불가항력으로 패퇴하고 만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유도는 프랑스의 패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던 북부 프랑스의 영주 찰스 마르텔에게 도움을 요청, 732년 10월10일 투어스지역에서 아랍군을 물리친다. 투어스전투는 유럽에 대한 이슬람교도의 전진을 멈추게 한 「마침표」가 됐으며, 찰스 마르텔은 유럽을 괴롭혀 온 아랍족의 위협을 영원히 잠재운 영웅이 된다. 이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개인을 버린 유도 공작의 대승적 결단에서 비롯된 것임을 역사의 교훈은 전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 역시 개혁을 위한 결단의 시험대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각 부처에 소속돼 있는 출연연구소를 총리실 산하로 끌어모아 경제사회연구회 등 5개의 연구회(연합이사회)로 편제키로 한 것은 다목적 포석을 갖고 있다. 주무부처의 입김을 차단해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시장경쟁체제를 도입,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책임경영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연구소의 「자율」과 「책임경영」은 바늘과 실의 관계로 정부출연(연)법의 핵심이며, 둘 중 어느 한쪽이 본래의 취지를 상실하면 틀 자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본지 10월 15일자 1면 참조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일부 장관들이 이의를 제기, 법안의 통과가 무산된 것에 비난 여론이 비등했던 것도 바로 이같은 점을 우려했기 때문. 당시 박상천(朴相千) 법무장관 등은 『출연연구소가 총리실 산하로 편제될 경우 부처에서 필요한 연구를 원활히 할 수 없음은 물론, 자칫 부처가 출연연구소의 정책을 수행하는 하부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물론 인문사회·경제사회분야 연구기관은 각 부처의 전문성 보완 및 정책추진 보조를 위해 설립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각 출연연구소가 주무부처를 떠날 경우 과거에 누렸던 「편의」는 없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비롯한 최근의 정책적 오류는 출연연구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보다 주무부처의 눈치보기에 급급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장관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출연연구소는 기본 연구비 명목으로 총리실을 통해 출연금을 받지만 과거에 받던 것의 50~80%만 받고, 나머지는 주무부처에 편성된 정책 연구비를 따서 보충해야 한다. 특히 출연연구소는 그동안 출연금 외에 벌여 들었던 용역 수입의 대부분은 정부가 발주처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을 전제하면 주무부처의 영향력은 생각만큼 줄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법안 통과가 무산된 이후 기획예산위원회와 법무부는 절충을 통해 각 부처가 원하는 연구과제를 총리실에 의견형식으로 제출하면 출연연구소들이 출연금으로 이를 연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이같은 방안이 채택될 경우 출연연구소들은 정책 연구비를 타내기 위해 주무부처를 상대로 세일즈를 해야 함은 물론, 기본 연구비로도 부처의 입맛에 맞는 연구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총리실을 통해 연구과제의 옥석(玉石)을 가릴 수 있다고 하지만 총리실이 전문성을 특징으로 하는 연구과제의 적합성 여부를 판가름하기는 힘든 만큼 부처의 의견에 무게중심을 둘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설혹 평가업무의 객관화를 꾀한다 해도 이는 또다른 조직의 설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조직슬림화라는 정부 방침에 배치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대통령은 『정부출연연구소에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개혁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번 옳은 얘기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자율성 보장을 동행(同行)시키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정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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