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태국 홍수 사태가 이번주 말 최대 고비를 맞는다. 북부에서 밀려든 홍수가 방콕 도심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는 가운데 29일 만조까지 겹쳐 방콕의 한강격인 짜오프라야강의 대범람이 예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콕의 도시기능이 최대 한 달간 마비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으며 도심의 일부 도로를 파괴해 물을 빼는 극약처방까지 검토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방콕 시민들이 대탈출에 나서면서 도심이 일대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주요 지역이 최대 2m까지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돼 공포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28일 정오 짜오프라야강의 수위는 2.47m선을 훌쩍 넘어섰다. 이 강을 따라 설치된 86㎞ 길이의 제방 높이는 2.5m에 머물러 본격적인 범람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29일 오후6시께 만조가 겹치면 강 수위가 2.65m를 기록해 본격적인 침수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면서 태국 정부는 주민들에게 대탈출을 권고하고 나섰다. 홍수구호지휘센터(FROC)의 통쏭 찬타랑수 대변인은 TV성명을 통해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태국 전역 9개 주에 걸쳐 대피소를 설치했다"며 "방콕에서 완전히 물이 빠져 나가려면 15~30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피를 서둘러달라"고 당부했다. 이 기간 동안 방콕의 도시 기능이 완전히 정지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잉락 친나왓 총리는 방콕을 포함한 21개 지역에 27~31일 간 임시 공휴일을 선포했으며 교육부는 다음달 7일까지 휴교령을 내렸다. 태국 국방부는 또한 5만여명의 병력을 투입하는 한편 군용 차량과 배를 각각 1,000대씩 준비해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또한 방콕 일부 도로를 파괴해 물을 신속히 빼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 흐름을 방해하는 빽빽한 도로를 부숴 물이 빠져나갈 통로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방콕 지형이 워낙 완만해 건물을 그대로 둘 경우 거대한 저수지처럼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안은 방콕의 엔지니어 등 전문가 그룹이 제안한 것으로 친나왓 총리 등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러한 고육지책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외신은 전했다. 이번 홍수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태국중앙은행은 이날 수해에 따른 공장 운영 중단과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4.1%에서 2.6%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태국 최대 수입원인 관광산업도 타격을 입게 됐다"며 "올해 총 관광객 수가 최초 목표치인 1,900만명보다 100만명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친나왓 총리는 이날 "이번 홍수를 계기로 뿌리 깊은 태국의 정치 갈등을 해소하고 모두가 합심해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그의 리더십은 이미 치명적 상처를 입어 정정 불안이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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