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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업계-광고대행사]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
입력1999-07-27 00:00:00
수정
1999.07.27 00:00:00
한기석 기자
소주업체들이 비수기에 잇따라 신제품을 내며 열띤 광고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과거 경쟁사의 제품을 담당하던 광고대행사를 내세우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승부에 관심에 모아지고 있다.현재 소주시장에서 최고의 히트제품은 참眞이슬露다. 지난해 10월 나온 이 술은 출시 6개월만에 1억병이 팔릴 정도로 급속하게 세를 얻어가고 있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두산은 최근 쌀 원액을 첨가한 米소주를 새로 내고 대대적인 광고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보해양조가 소프트곰바우를 출시하고 파격적인 광고를 펼치고 있어 3파전 양상을 띄고 있다.
최근의 화제는 단연 보해양조의 알몸광고. 금강기획이 만든 이 광고는 여러 명의 남자가 알몸으로 나와 술을 마시는 장면을 보여준다. 금강은 숱한 비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이들 남자를 놀라 지켜보는 옆 테이블의 여자들 모습으로 2탄 광고를 선보였다.
보해의 타깃은 아무래도 1위 제품인 참이슬. 이 술은 인터막스가 광고를 대행하지만 실제로는 리앤파트너즈의 이용찬(李龍讚)사장이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李사장은 『보해 광고가 너무 심하게 나가는 것같다. 광고의 의도와 상황 설정이 전혀 맞지 않다』고 혹평했다.
李사장은 과거 웰콤에 있으면서 보해양조의 김삿갓 광고를 제작한 사람이다. 지난 96년 3월 「소주 위의 소주」라는 카피로 프리미엄 소주임을 주장한 이 광고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보해의 또다른 술인 시티소주도 방독면을 쓴 사람이 산소를 달라고 외치는 독특한 크리에이티브로 관심을 끌었는데 이 역시 李사장의 작품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바뀐 셈이다.
김삿갓이 공급을 제한할 정도로 인기를 끌던 지난 96년 6월 진로는 전격적으로 참나무통맑은소주를 내놓았다. 이 술은 또다른 프리미엄소주로 급속히 시장을 잠식, 순식간에 김삿갓을 패퇴시켰다.
이 때 광고를 만든 업체는 다름 아닌 금강기획. 금강기획은 당시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새로운 광고를 내보내는 칼렌다 형식을 선보이며 참통의 매출 신장에 일조했다. 보해가 만든 회심의 역작 김삿갓을 무색하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지금 보해의 또다른 야심작의 성공을 위해 뛰고 있는 셈이다.
두산은 현재 그린과 미소주의 광고를 웰콤에게 대행시키고 있다. 웰콤은 미소주의 출시에 맞춰 푸르른 논을 배경으로 투명한 미소주를 얹어놓은 깔끔한 크리에이티브로 화제를 끈 바 있다.
웰콤은 과거 김삿갓은 물론 시티소주까지 담당하며 보해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왔다. 하지만 참이슬은 물론 보해의 소프트곰바우를 물리치라는 특명을 받고 이제 두산의 선봉장으로 나왔다.
웰콤은 『미소주 광고를 만들면서 역정보를 흘렸더니 경쟁업체가 그대로 만든 광고를 내보냈다』며 『술시장 만큼이나 광고시장도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한다. /한기석 기자 HANK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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