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정부는 최근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오는 2035년까지의 원자력발전 비중을 29%로 지난 2008년 발표한 제1차 계획 때보다 크게 낮추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오는 2024년까지 계획된 것 이외에 설비용량 100만㎾ 또는 150만㎾급으로 4~7기의 원전을 더 건설해야 한다. 이 경우 신규 원전예정부지로 고시된 삼척과 영덕 등지에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원전비중이 더 줄어들어 전기요금 상승은 불가피해졌다.
에너지 수급·가격 안정 위해 불가피
다른 발전원에 비해 원전은 가격경쟁력 면에서 단연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력원별 ㎾h당 평균 판매가격을 보면 원자력은 발전소 건설과 해체비용, 방사성폐기물 처리비용 등을 포함해 39원에 불과했다. 석탄의 전력 판매단가는 66원, LNG 210원, 석유 253원, 태양광은 무려 599원에 달한다. 이러한 지표는 그동안 우리가 원전 덕분에 값싼 전기를 사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금의 우리 에너지 환경은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급률이 고작 3%에 불과한 자원빈국이다. 그럼에도 철강과 화학·조선 등에 집중된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세계 10위다. 따라서 에너지자원 고갈에 대한 문제와 함께 온실가스 저감 대책이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맞서 원자력을 동결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석탄·석유 의존으로 가는 것은 모순이다.
일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독일의 탈(脫) 원전정책을 보고 우리도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수력 등 다른 에너지원이 풍부한 독일의 경우에도 탈원전 바람으로 전기요금이 지난 10여년간 80% 이상 올랐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지금 세계는 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가히 '자원전쟁'이라 할 만큼 치열한 자원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석유·가스·석탄 같은 현재의 주력 에너지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국력을 총동원하는 한편, 풍력 및 태양열 외에도 바이오매스·지열·해양에너지 등 이용 가능한 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신재생 및 신에너지가 충분히 기술개발이 이뤄져 경제적인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는 원자력발전의 역할이 지속돼 에너지난을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모적 논쟁 대신 효율제고 나서야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원전에 대한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원자력에너지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원전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고서는 저렴한 전기도, 친환경 에너지도 없다. 안전성은 그 무엇보다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과제다. 다만 이와 더불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철저히 과학의 눈으로 바라봐야 할 원전의 안전성을 정치적·사회적 이슈로 만들며 폄훼하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은 고도의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관련 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해왔다. 국내 원자력계가 최근엔 여러 일로 모진 성장통을 겪었지만 원전에서 생산한 양질의 저렴한 전기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일등공신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원자력발전과의 진정한 동행은 기술인력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우리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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