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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장에서 신용카드사가 '큰 손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화마케팅을 앞세운 신용카드사들은 자사 카드로 공연 티켓을 결제하는 회원들을 상대로 할인 혜택은 물론 각종 이벤트 참여 기회를 제공하며 뮤지컬 시장의 VIP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대(對) 고객 뮤지컬 행사를 펼치고 있는 곳은 BC카드다. BC카드는 단순 할인에서 벗어나 자체 뮤지컬 이벤트 브랜드를 만들어 새로운 공연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BC카드는 'BC쇼케이스'라는 행사를 통해 기존에 관객에겐 공개되지 않았던 개막전 최종 리허설을 자사 회원들이 관람하는 기회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공연의 완성도를 고려, 기획사가 일반 티켓 대비 저렴한 비용을 제시하면 카드사는 BC 카드로 결제를 유도, 할인된 가격의 쇼케이스 좌석을 판매하는 식이다. 2012년 오페라의 유령을 시작으로 지난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 올해 킹키부츠가 특별 쇼케이스·오픈 리허설로 관객을 미리 만났다. BC카드는 이 밖에도 'BC라운지'라는 자사 유료 회원들만 대상으로 한 뮤지컬 예매 사이트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며, 'BC스페셜 위크'라는 특정 기간을 설정해 공연 티켓 한 장 구매시 한 장을 무료로(1+1) 주거나 별도의 경품 행사를 한다.
삼성카드 역시 최근 '삼성셀렉트'라는 브랜드를 론칭, 뮤지컬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공연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삼성카드가 매달 '이달의 공연'을 발표한 뒤 삼성카드로 티켓 예매를 결제하는 고객에게 1+1 혜택을 준다. 뮤지컬로는 지난해 레미제라블·몬테크리스토·두 도시 이야기·엘리자벳이, 올핸 맘마미아· 프랑켄슈타인·태양왕·드라큘라·지킬앤하이드가 선정됐다. '+1'에 해당하는 티켓 값은 카드사가 부담한다. 삼성카드 측은 "공연 관람 시 통상 최소 2명 이상이 함께 가기 때문에 동반자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고객이 많다"며 "동반자 티켓 무료 혜택을 주면서 이들이 공연을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사전 공연 해설 및 자체 제작 프로그램북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현대카드는 특정 뮤지컬의 티켓 예매 시 비용의 최대 50%까지를 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2012년 뮤지컬 아이다와 시카고 내한, 지난해 맘마미아 내한과 고스트 공연, 올해 시카고, 원스, 황태자 루돌프가 현대카드와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 같은 마케팅이 호응을 얻으면서 KB국민카드도 지난 9월부터 뮤지컬 이벤트를 시작, 레베카·보이첵·마리앙투아네트·그날들에 대한 1+1 행사를 진행했다.
문화마케팅을 확대해 나가는 카드사들이 유독 뮤지컬을 선호하는 것은 이 장르가 갖는 독특한 특성 때문이다. 뮤지컬은 영화 대비 고가의 공연이지만, 그렇다고 향유층이 한정된 무용·오페라·발레보다는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 고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인상을 주면서도 상대적으로 타깃 고객 모집에 용이한 게 뮤지컬인 셈이다. 역으로 뮤지컬을 자주 관람하는, 카드 사용 빈도 높은 관객들을 회원으로 유인할 수 있는 마케팅이 되기도 한다.
제작사 역시 카드사와의 이벤트가 관객을 유치하고 예정된 수익을 보장받는 효율적인 수단이다. 카드사의 뮤지컬 행사 대부분은 특정 회차의 공연장 좌석 전체를 구매하는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뮤지컬 제작사 설앤컴퍼니 관계자는 "카드사 이벤트는 일종의 대량 구매에 해당하는 만큼 제작사가 일반보다 저렴한 가격에 티켓을 내놓는 편"이라며 "공석 비율이 높은 평일에 행사를 진행할 경우 객석을 채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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