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지나면 반드시 호황이 온다. 그때를 대비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본격적인 타격을 받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단기처방에만 매달리지 말고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위기를 체질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실제 세계경제의 순환 사이클을 살펴보면 불황 뒤에는 반드시 호황이 오며 어려운 시기에 미래를 대비했던 기업들이 그 과실을 누린다는 게 신진국 기업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서울경제가 만난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고 더욱 건강한 체질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위기로부터 교훈을 얻어 장기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위기강도 외환위기 못지않다=전문가들은 우선 이번 경제위기에 대해 ‘상당히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은 “위기의 근원이 해외이기는 하지만 그 강도는 IMF 외환위기 못지않다”며 “그동안 내수가 좋지 않던 상황에서 해외까지 어려워지니까 위기가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은 “대외여건 악화에 의해 한국경제도 극심한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중심인 제조업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오수 한국경영학회장(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은 “제조업체들로는 지금의 위기가 다소 억울한 면이 있다”면서 “수출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세계경제가 어렵다 보니 힘들어졌고 금융위기가 회복되면 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현재의 어려움 중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것을 100이라고 본다면 펀더멘털의 훼손은 20 정도도 안 된다”면서 “선진국 시장 수요 감소가 예상되지만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이익규모 면에서는 크게 불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선제적ㆍ전략적 투자가 강한 기업 만든다=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유동성 확보 노력을 펼쳐 이번 위기를 넘는 한편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호황을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 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추가적인 자산가격 하락에 대비한 유동화 노력이 필요하며 현금확보 외에는 왕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 정작 중요한 메시지는 오히려 세계 각국 기업이 과감한 설비투자를 하지 못해 미래의 어떤 시점에는 반드시 공급부족이 온다는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의 경쟁력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휘석 산업연구원 실장은 “단기적으로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신규 수요를 파고드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제조업체들의 영역확대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나이키는 자체 생산을 전혀 하지 않고도 글로벌 제조기업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면서 “한국 제조업체들도 장기적으로는 제품과 관련된 서비스 부문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종년 수석연구원은 “우선 소나기를 피해야겠지만 자산을 매각해 빚을 메우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면 살아도 산 게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좋은 종자를 개발하거나 채워넣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제조업에서는 기술개발이 가장 중요한 만큼 필요한 투자를 늦춰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유병규 본부장은 “단기적으로는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지만 불황 뒤에는 반드시 호황이 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오수 학회장은 “투자와 함께 인력관리 및 노사협력에도 힘을 기울여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위기 2~3년 갈 수도 있다=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짧게는 내년 하반기, 길게는 2~3년 내에 정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휘석 실장은 “내년 하반기면 금융 쪽 위험요소는 해소될 것으로 본다”면서 “금융업 비중이 큰 영ㆍ미 경제와 달리 한국은 제조업 기반이 탄탄해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황 센터장도 “내년 2ㆍ4분기까지는 미국의 자산 가격이 추가 하락하겠지만 3ㆍ4분기부터는 기업의 이익률이 상승반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한국 대기업들은 내년 하반기부터 상당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학회장은 “내년이 바닥이라고 보고 3년 뒤면 본격 성장기로 들어가지 않겠느냐”면서도 “이번 위기가 글로벌 위기라는 점에서 회복까지의 시간이 다소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종년 수석연구원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실물경제가 다소 살아날 것”이라면서 “2~3년 뒤면 불황이 끝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유병규 본부장은 “내년 하반기 이후 금융시스템 위기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고 실물경제는 2010년부터는 회복할 수 있다”면서 “지금의 상황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면 갑자기 생길 기회에 대비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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