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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도 국내서도 '세리 키즈' 돌풍 왜?

상비군 제도·부모 열성이 일군'성공 신화'<br>신지애·이선화·김인경등 88년생 그린 호령엔<br>골프 대중화·저변 확대·전문직업 의식도 한몫


세상에 공짜는 없다. 수확은 투자에 비례할 뿐이다. 재산증식이나 투자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박세리(32)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개척에 나섰던 지난 1998년 그녀의 영향으로 골프채를 처음 잡은 이른바 '세리 키즈(kids) 세대' 이야기다. '1988년생 용띠.' 이들은 한국 골프에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21세 전후의 여자 골프선수들은 박세리의 성공신화에 자극 받아 10살 안팎에 골프를 시작, 세계 골프 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신지애, 김인경, 오지영, 박인비, 안젤라 박, 김하늘, 이현주 등이 모두 1988년생 용띠들이다. 최나연ㆍ지은희ㆍ서희경ㆍ안선주ㆍ최혜용ㆍ유소연ㆍ양희영 등도 한두살 아래 위다. 세리 키즈들은 이번 시즌까지 최근 3년간 미국 LPGA투어에서 통산 12승을 거뒀다. 박세리가 11년간 거둔 개인 통산 24승의 절반이다. 국내 무대는 이들이 '접수'한 지 오래다. 특정 국가, 특정 인종이 특정 종목에서 강점을 보이는 일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비슷한 연령대의 한 나라 선수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어떤 종목을 쥐락펴락하는 현상은 세계 스포츠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10년 만에 다시 도래한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활약을 펼치는 이들의 성공요인을 오늘의 현실에 투영해봤다. ◇두터워진 저변= 무엇보다 세리 키즈라는 이름처럼 박세리의 영향이 컸다. 우선 박세리의 미국 진출을 계기로 선수층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두터워졌다. 대한골프협회 등록 선수 현황에 따르면 1998년 이후 학생 골프선수, 특히 여자 초ㆍ중ㆍ고교생 선수의 숫자는 폭발적인 증가를 보였다. 이전만 하더라도 여학생 선수는 1990년 90명(초 9명, 중 24명, 고 57명), 1996년 273명(초 29명, 중 103명, 고 141명)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1999년 499명(초 70명, 중 177명, 고 252명), 2000년 637명(초 128명, 중 224명, 고 285명)으로 늘어났다. 자원이 풍부해졌고 이때 골프를 시작한 꼬마들이 지금의 세리 키즈 세대로 성장했다. 현재 세리 키즈들은 구력 10년이 훌쩍 넘는 '소녀 베테랑'들이다. ◇진학수단에서 돈벌이로= 프로골프투어가 열악했던 당시 골프는 부유층 자제의 진학수단이었다. 경제적 장벽이 높아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체육특기생 입학이 수월하다는 이점도 있었다. 그러나 박세리를 통해 골프가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안겨줄 하나의 전문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생겨났다. 어린 선수들과 그 부모들은 '꿈의 무대' 진출을 목표로 삼게 됐고 이것이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동인(動因)이 됐다. ◇부모의 뒷바라지= 한국 학부모의 열성적 교육열은 골프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학생 시절부터 연간 수천만원의 비용을 쓰고 온 가족이 함께 대회장을 따라다니는 것은 입시를 위해 빚을 내서라도 사교육비를 충당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 프로선수의 부친은 "대체로 부모들은 자녀를 통해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세리 키즈들의 아버지 가운데 외환위기 당시 사업실패를 경험한 경우가 많다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골프대중화와 체계적 교습= 이들은 박세리와 이후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뚫은 최경주(39ㆍ나이키골프)의 영향으로 불기 시작한 골프대중화의 직접적인 혜택을 누렸다. 많은 골프장과 현대적 시설을 갖춘 대형 연습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백사장에서 벙커 샷을 연습하고 필드 연습에 목말라 하던 선배들의 경험담은 전설 속 이야기가 됐다. 아울러 국내 남녀 프로 골퍼의 양적ㆍ질적 성장으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습이 가능하게 됐다. 해외 레슨서, 전문지, 골프방송 등 미디어도 다양해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해외 유명 골프 아카데미까지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미국 등의 선진 스윙 이론과 쇼트게임 기술, 체력 관리 노하우 등도 터득할 수 있었다. ◇독특한 주니어 양성 시스템= 철저히 실전을 위주로 하는 국내 주니어ㆍ아마추어 골프 시스템도 기량 향상에 큰 몫을 했다. 어릴 때부터 수많은 대회 출전을 통해 경기력을 키웠고 국가대표 및 상비군 발탁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경험해왔다. 프로대회 못지않은 경쟁세계에서 살아남은 선수들이 '이기는 골프'를 체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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