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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실패를 공공자산화 하자

벤처기업협회 장흥순 회장

누구나 알고 있음 직한 미국의 발명가 에디슨은 숱한 발명품을 만들어낸 성공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실패를 먹고산 사람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그는 전구 하나를 발명하기 위해 무려 2,000번이 넘는 실패를 겪어야 했다. 전구를 발명한 후 “거듭되는 실패를 하는 동안 포기할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까”라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그는 단호히 “실패라뇨. 전 단지 2,000번의 과정을 거쳤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그가 말년에 남긴 명언 아닌가. 그가 남긴 명언 속에는 실패하며 배운 경험이 결국 성공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배어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과연 이 명언은 유효한가. 최근 몇 년간 국내외경제가 침체하면서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고 특히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이들이 실패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누구나 성공을 꿈꾸며 창업에 도전하지만 현실은 참으로 냉혹한 결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우리와 다를 것은 없다. 미국 기업들도 나스닥에 입성하기까지 생존율은 고작 5%대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기업이 명멸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실패한 경영인이 설 자리는 없다. 한번 실패한 경영인으로 낙인찍히게 되면 가혹할 정도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또는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거나 아예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일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는 동안 우리 사회는 기형적인 직업불균형 문제를 낳았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기조가 팽배한 만큼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이 이른바 ‘사(士)’자가 든 직업만을 선호하게 되면서 우리의 미래를 음울하게 만들고 있다. 요즘 사회문제로 부각된 이공계 기피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 선진사회는 실패한 기업인의 경험을 높이 사고 있다. 실패한 기업인이 취업 또는 재기하기 위해 준비할 경우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패한 사람을 힐난하기보다는 그의 경험을 공공자산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에서는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이 실패할 경우 탈출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나스닥시장보다 무려 스무 배가 크다는 M&A시장이다. 미국 기업의 경우 대체로 창업 단계부터 ‘나스닥에 상장시키기보다 어느 단계에서 M&A를 하겠다’는 것을 목표를 설정한다. 코스닥시장 등록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우리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실패를 목표로 창업하는 셈이다. 창업 자체를 사회적 공헌으로 인정해주는 나라일수록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대체로 작지만 강한 기술경쟁력을 갖춘 강소국의 경우가 이와 같다. 우리 사회도 한때 창업에 대한 열풍이 거세게 불던 시기가 있었다. 불과 몇 년전 벤처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팽창하던 시절에 우리도 강소국을 꿈꿨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창업은 한낱 허튼 꿈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패를 무릅쓰고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부재한 것은 우리 사회가 희망을 키우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따라서 이공계 기피현상과 맞물린 이러한 현상을 떨치기 위한 사회적 대안마련이 강력히 요구된다. 우선 젊은이들이 실패를 먹고 자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한때 붐을 이뤘던 실험실 창업, 대학생 창업 등이 다시 활성화돼야 한다. 더불어 실패의 위험을 덜어주기 위해 융자가 아닌 투자 방식의 자금조달시장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M&A시장의 활성화는 필수적 사인이다. 건전한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집적을 이룰 때 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패가 수용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 얼마 전 정부와 여당이 ‘벤처 패자부활론’을 제기했다. 매우 의미 있는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성공과 실패가 모두 공공자산으로 인정될 때 우리 사회는 한층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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