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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2월 1일] 누구를 위한 폭로인가
입력2010-11-30 18:09:21
수정
2010.11.30 18:09:21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5만건에 달하는 미국 외교전문을 공개하면서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각국 정부가 "무분별하고 위험한 행동"이라며 위키리크스를 강력 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궁지에 몰린 미국은 사태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샌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만간 미 대형은행 비밀 문건까지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외교가에 이어 금융가에까지 또 한번 매머드급 태풍이 몰아칠 태세다.
위키리크스의 문건을 입수해 보도한 세계 주요 언론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근거로 내세우며 문건 공개를 정당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정보가 과연 국민들이 지금 꼭 알아야 할 적정수위의 정보인지, 또 국민의 알 권리를 들먹일 정도로 가치 있는 정보인지는 의구심이 든다. .
지난 7월 위키리크스는 아프간전(戰) 비밀 문건을 공개하면서 미국 군인들의 인권침해 사례와 범죄 행위를 낱낱이 까발렸다. 항간에서 짐작만 되던 미 군인들의 추악한 실상을 고발한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당시 큰 호평을 받았다. 미 군인의 민간인 사살과 고문 은폐는 더 이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필히 알아야 할 정보'였다.
반면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국제 외교 안보에 찬물을 끼얹는 민감한 정보들을 대거 수록하고 있다. 통상 외교문서는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십년간 보존했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공개된다. 그런데 위키리크스는 불과 몇 년 전에 논의됐던 정보들을 만천하에 공개함으로써 관련 당사국들 간의 분란을 초래하고 있다. 일례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에 이란 공격을 요청했다는 정보가 공개되면서 안 그래도 위태로운 중동 정세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정보도 적지 않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피티광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무기력하다는 현지 미국 외교관들의 평가는 가십거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위키리크스의 진가는 현재 반드시 필요한 정보를 밝혀냈을 때 빛을 발한다. 이를 망각하고 폭로에만 몰두한다면 위키리크스는 세계를 격동의 소용돌이로 빠뜨리는 '공공의 적'으로 추락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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