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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호 칼럼] 어린 챔피언에게
입력1998-09-25 18:49:20
수정
2002.10.22 12:40:30
09/25(금) 18:49
98 한국오픈 골프대회에서 고교생인 김대섭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글과 버디를 잡을 때마다 환호하는 갤러리들에게 모자를 벗고 정중히 답례하는 어린 챔피언을 보면서 유명한 챔피언들의 세계를 되새겨 두고자 한다.
골프경기가 여유있어 보이는 이유는 단판 승부를 벌이는 복싱과는 달리 18홀 내내 속이 상해도 감정을 숨기며 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위대한 챔피언들은 관중을 흥분시키고 감동을 준다. 골프는 그동안 스윙의 기술, 장비에서 코스까지 많이 발전되어 왔으나 타이거 우즈에 이르는 역대 챔피언들은 상대방을 주눅들게 만드는 특이한 모습과 태도를 가지고 있다.
바비 존스, 잭 니클로스 등의 눈빛에서 보이는 광채, 월터 하겐의 화려한 동작이나 복장. 「매」라는 별명을 가진 벤 호건의 표정이나 용모, 관중에게 최면을 걸고 상대방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아놀드 파머의 모습들은 챔피언의 기개가 담겨 있다. 또한 챔피언은 골프게임을 사랑하고 경외스럽게 생각한다. 시합 상금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게임 자체를 즐기므로 일년 내내 경기와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챔피언은 극도의 긴장속에서도 몸놀림은 항시 유연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훈련되어 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최대 에너지를 쏟아 붓는 승부사의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간혹 이중인격자로 오해받을 수 있다.
챔피언은 경쟁을 사랑한다. 승자든 패자든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을 기회를 찾아다닌다. 경기 마지막날 『후반 나인 홀은 사냥에 나서는 기분』이라는 잭 니클로스의 표현대로 챔피언은 경쟁을 즐긴다. 1977년 브리티시오픈에서 황제 잭 니클로스와 신제왕 톰 왓슨의 경쟁은 골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감동적인 연기로 회고되고 있다. 챔피언은 당당해야 한다. 비록 잘못을 저질러도 의심받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할 뿐이지 해서는 안되는 것들을 염려하지 않는다. 심리적 압박감을 느낄 때 더욱 공격적이 된다. 우쭐대는 모습은 자신감의 표시일 뿐 상대를 무시하거나 건방을 떠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챔피언은 화려하지만 외롭고 괴로운 것이다.
우리의 어린 챔피언이 모든 난제를 극복하고 진정한 강자가 돼주기를 기대한다.【강화병원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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