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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와 99% 간의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는 많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답을 내놓지는 않습니다. 저는 1%가 먼저 변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영탁(65ㆍ사진) 세계미래포럼 이사장이 내놓은 장편소설 '이정구-벌족의 미래1'이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교육부 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거쳐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을 지낸 그는 최근 우리 사회의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양극화 문제의 해법으로 "1%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이 이사장이 이번에 내놓은 소설은 지난해 시리아에서 시작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으로 퍼져나갔던 '재스민혁명'을 보며 떠오른 한 가지 질문에서 시작됐다. "후진국에서는 시민들의 분노가 정치권력을 향했지만 우리나라라면 어디로 향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99% 다수의 시민들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지 못하고 기득권에 안주하는 상위 1%의 벌족들, 특히 기업권력으로 분노가 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대표적이다.
이 이사장은 우리 사회의 1%를 벌족으로 이름 붙였다. 재족(財族)ㆍ정족(政族)ㆍ관족(官族)ㆍ언족(言族)ㆍ법족(法族)ㆍ의족(醫族)ㆍ교족(敎族)ㆍ노족(勞族) 등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상층부 기득권층이 그 대상이다.
이 이사장은 "1%와 99% 어느 한쪽이 옳고 다른 쪽은 그르다고 볼 수는 없다"며 "그러나 형편이 나은 1%가 먼저 변하고 그 변화를 99%가 공감하고 신뢰하기 시작할 때 진정한 사회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소설의 주인공인 이정구를 1%가 변화해야 하는 바람직한 미래 모델로 그렸다. 70대 재벌그룹의 회장으로 나오는 이정구는 국내 3개 그룹 오너의 성(姓)을 따서 이름 지었다. 비자금 축적과 편법 증여, 경영권 3대 세습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는 이정구가 자신과 기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1%와 99% 간의 갈등을 매듭짓는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이 이사장은 "원래 경제사회 도서로 준비를 하고 글을 쓰다 보니까 재미가 없었다"며 "99%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고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소설을 시작으로 앞으로 정치ㆍ관료 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계속해나가며 우리 사회 벌족의 바람직한 미래모습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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