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평소 알고 지내던 금융권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정부의 '4ㆍ1 부동산대책' 중의 하나인 하우스푸어 대책을 신문으로 봤다는 그는 "답답하다"고 했다.
금융계 인사들은 이번 대책에 문제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정부가 하우스푸어를 위해 재정을 이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3개월 이상 연체된 하우스푸어 대출은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정상 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사준다.
금융 당국은 "정부 재정 투입이 아닌 공공기관의 재원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실상은 다르다. 공사가 적자를 내고 자본금이 잠식되면 정부가 이를 메워줘야 한다. "그나마 집이라도 있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이 있는 하우스푸어를 위해 형편이 더 어려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중 주금공은 하우스푸어의 대출을 사들여 유동화시키는데 이 채권에 대한 지급보증을 선다. 하우스푸어들이 제대로 돈을 갚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공사로 넘어온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하우스푸어 문제와 관련해 "가계부채는 기본적으로 채권ㆍ채무 문제로 파악해야 한다"며 "이것이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정부 대책은 단순 시간벌기용이다. 하우스푸어의 부실이나 부실우려 대출이 공공기관으로 넘어갈 뿐 부실 문제는 계속된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원금상환유예가 도움이 되겠지만 모든 이들이 원리금을 꼬박꼬박 갚을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시간벌기용 지원은 결말이 안 좋았다. 캠코는 네 차례에 걸쳐 저축은행의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7조3,863억원어치나 사줬지만 해당 저축은행은 대부분 망했다. 그리고 그 부담은 캠코와 예금보험공사 산하 저축은행 파산재단이 지고 있다.
이번 하우스푸어 대책이 '폭탄돌리기'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공법 없이 "지금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정책은 시장경제의 원리만 무너뜨릴 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