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삶이 담긴 그 곳···<br>조각가 안규철 '2.6평방미터의 집' 이정혜 '주거연습' 전시
| 37세 남자와 6세 여아를 위한 주거공간인 이정혜의 작품 '3.5평형 모델하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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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규철 ‘2.6평방미터의 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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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예술을 입다
소박하지만 삶이 담긴 그 곳···조각가 안규철 '2.6평방미터의 집' 이정혜 '주거연습' 전시
조상인 기자 ccsi@sed.co.kr
37세 남자와 6세 여아를 위한 주거공간인 이정혜의 작품 '3.5평형 모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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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철 ‘2.6평방미터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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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싱글족', 아이가 없는 '노키즈족' 등이 느는 까닭에 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소형 아파트의 인기는 꾸준한 상승세다. 사는 공간이 좁아들고 빡빡해지는 것은 불황으로 늘어난 노숙자들의 쉼터도 마찬가지. 용산 참사도 결국 집, 삶의 터전이 문제였다. 집이란 투자를 위한 부동산이거나 건물로 한정되는 공간만이 아니라 삶의 모습이자 사회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예술가들이 전시장에 집을 지었다. 미술이 집에 걸어두고 감상하는 그림에 국한되지 않고 삶의 문제를 생각하는 예술의 역할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노숙자를 위한 최소한의 집=조각가 안규철은 원서동 공간화랑에 2.6평방미터의 초소형 집을 지었다. 2004년 로댕갤러리의 '49개의 방' 전시 이후 5년 만에 갖는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미술계와 사회 전반에 던지는 메시지를 집으로 표현했다. 나무로 제작한 좁은 박스형 주거공간에는 침상과 작은 책상 등 삶을 이어가기 위한 최소의 것들만 있을 뿐이다.
안씨는 "독신자가 많아지면서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소형 주택이 인기라고 하던데 화려하고 풍족하게 잘 갖춰진 공간이 아닌 수도승 같은 소박한 공간을 꾸며봤다"면서 "2.6평방미터는 개인이 외부로부터 자신의 사적 공간을 지켜낼 수 있는 후퇴의 한계치"라고 설명했다. 전시장 외부에는 작은 이동식 천막집 같은 원뿔형 주거공간도 설치돼 있다. 공공미술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기에 "공공의 공간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관심 두는 것이 공공미술의 역할"이는 작가는 작품 아이디어를 확장해 노숙자를 위한 저비용 골판지 소형주택에 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 4월26일까지 전시한다. (02)3670-3628
◇모델하우스의 새로운 모델=디자이너 이정혜는 '주거연습'이라는 제목으로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 3채의 모델하우스를 지었다. 아파트를 팔기 위한 가상의 공간인 모델하우스가 마치 이상적인 가정의 형태인 양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고, 획일적인 형태의 집에서 현대인들이 살아간다는 것에 작가가 '시비를 거는' 자리다. 전시장에는 양친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평범한 가정을 위한 집은 제외됐다. 가장 넓은 집은 3명의 여성이 9마리 고양이와 새 2마리와 함께 사는 곳이다. 지붕이 높고 탁 트인 공간에 애완동물을 위한 갖가지 설치가 눈에 띈다. 또 한 채는 37세 남자가 6살 여자아이를 데리고 사는 소박하지만 꿈이 담긴 집.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는 사람을 위한 1인용 집은 0.9평형으로 접었다 펼 수 있으며 이동도 가능하다. 작가는 왜 이런 집을 만들었을까. 그는 "모델하우스는 실제 거주자가 없음에도 '이렇게 살아야 한다'를 가르치는 학습장"이라며 "어떤 집을 갖느냐가 생활의 방향을 결정짓는 게 아니라 스스로 삶의 형태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시 포스터에는 편부ㆍ편모 가족, 동성부부, 싱글족이 애완동물만을 키우는 가정 등이 담겨 있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고민한 작가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전시는 4월26일까지이다. (02)733-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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