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려면 감찰 대상부터 균형을 맞춰야 한다. 검찰 수뇌부는 앞서 국정원 직원들의 압수수색, 체포영장 청구 등을 윗선에 보고하지 않은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을 업무에서 배제했다. 이번 감찰에 대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 무력화의 또 다른 수단으로 칼을 빼든 것이라며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국정감사장에서 벌어진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 지청장 간의 진실게임을 제대로 파헤쳐야 한다. 윤 지청장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유,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도 마찬가지다. 법조계에서도 윤 지청장의 처신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의견이 많지만 윗선의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게 검사제도의 취지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조 지검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며 영장청구를 반대했다거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외압이 있었음을 시사한 윤 지청장의 발언이 사실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균형 잡힌 감찰 없이는 당면한 검찰의 위기를 넘길 수 없다.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검찰 지휘부가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일선 검사들의 불신이 있다. 국민들은 권력에서 자유롭고 당당한 검찰을 원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침묵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은 전 정권의 책임이지만 검찰 내부의 항명 논란과 외압 시비는 현정권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물론 국군 사이버사령부까지 나서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며 대선에 개입한 국기문란 범죄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게 뒷받침하지 않으면 박 대통령은 '민주주의의를 퇴보시킨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검찰총장 인선에서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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