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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독도 전격 방문] '조용한 외교' 벗어나 초강력 카드… 한·일관계 급속 냉각

대통령이 직접 불 붙여 日 우익 목소리 커질듯<br>과거사 문제 등 현안 답보<br>새 정부 출범 이후에나 관계 개선 모색 가능성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전격 독도 방문으로 가뜩이나 불편한 한일 관계가 더욱 냉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모두 새 정권이 들어서는 내년 이후에나 개선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따라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대사를 이날 소환 조치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우리 정부 역시 외교적으로 가장 강한 카드를 낸 만큼 양국 간 강경한 맞대응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문은 독도 문제에 대한 강경 맞대응의 방아쇠 구실을 한다. 한일 관계 제1의 화약고로 통하는 독도 문제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불을 붙였기에 우리 정부가 독도 문제를 다루는 기조 중 하나였던 '조용한 외교'는 당분간 뒤로 밀리게 됐다. 이미 지난 2006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특별 담화 이후 차츰 비중이 줄어들었던 터다.

우리가 외교적으로 가장 강경한 카드를 꺼내든 만큼 우리 입장을 잘 이해하는 지한파의 목소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강경론이 득세하면서 우익이 일본 정부를 계속해서 충동질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조기에 총선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우익의 지지를 의식해 더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우리 국민들은 우리 영토에 대통령이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일본에서는 굉장히 민감하게 본다"며 "일본에서의 반발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되며 한일관계는 급랭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한일 양국 간 또 다른 현안인 과거사 문제도 한동안 답보 상태를 면하기 어렵다. 군대 위안부 사과, 강제 징용자 보상, 역사 교과서 왜곡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전향적 교섭이 이뤄질 기회를 이명박 정부에서는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다. 하종문 한신대 교수는 "참여정부 당시에도 양국 관계 회복에 2년이 걸렸다"며 "이 대통령 본인의 판단으로도 임기 내에 문제가 풀릴 가망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앞으로 치르게 될 외교적 대가와 비교해 실익이 크지 않은 카드를 불확실성이 큰 정권 말에 썼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전문가들은 내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충수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관계 개선은 결국 양국 모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후에나 모색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앞으로 들어설 정권에도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 연구센터장은 "양국에 새 정권이 출범하면 새로운 분위기에서 다시 한일관계를 냉정하게 생각할 분위기가 생길 것"이라며 "그 후에나 새로운 차원의 한일관계를 모색하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일본은 러시아와는 쿠릴열도를, 중국과는 센카쿠제도를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독도 문제에 대한 강경 대응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은 2010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의 당시 대통령이 러일 영토분쟁 지역인 쿠릴 열도를 전격 방문하자 모스크바 주재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는 등 강력히 항의했다.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중국은 일본이 센카쿠 제도 문제에 미온적이라고 비난하는데 이를 의식해 독도 문제도 더 강경해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독도 문제의 국제분쟁화를 노리는 일본의 목적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번 방문으로 일본 정부가 독도 문제에 강경 대응하는 데 부담이 사실상 사라졌다. 과거 국제사법재판소(ICC) 제소 등을 추진해왔던 일본이 이번 독도 방문과 주한대사 소환 등 맞대응이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국제분쟁화할 것을 예상한다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자신들에게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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