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피플 인 이슈] 존 베이너 美 신임 하원의장

오바마 개혁법안 원상복구·의회 개혁 칼 빼들었다<br>"건보개혁안반드시폐지시킬것" 전의<br>의회 경비예산 5% 삭감·하원 개방도<br>보수단체 티파티와 갈등 봉합 과제로

미국 제 112대 의회가 개원한 지난 5일(현지시간) 새 연방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존 베이너 공화당 의원은 자신의 최대 정적이었던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으로부터 의사봉을 넘겨받은 뒤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아이오와주(州)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플라스틱 제조업체 말단 판매사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던 그가 지난해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압승을 이끌며 미 정계 '넘버 3'에 해당하는 하원의장에 등극, 자신의 성공신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는 그를 2010년 미 정계 최고의 인물로 선정했다. 이제 하원의사봉을 거머쥔 베이너 의장은 펠로시 체제 하에서 저지하지 못했던 민주당의 각종 개혁법안을 원상복구 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신년벽두부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의회를 공화당 체질로 바꾸고 의회 개혁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도 하나하나씩 실현해 나가는 중이다. 물론 앞길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공화당 승리의 일등 공신인 보수단체 '티파티'는 지난달 감세 연장을 대가로 공화당이 민주당의 경기부양책에 합의한 데 불만을 품고 '정통 보수'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며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선거 이후 끊임없이 불거지는 티파티와의 갈등을 봉합하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의 탄탄대로를 닦을 수 있을지, 하원 수장인 그에게 미국 정가 뿐 아니라 국제 정치계의 시선이 쏠려 있다. ◇타협은 없다, 오바마노믹스 철회= 정통 공화당원으로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한 각종 개혁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그는 이번 의회에서 오바마 개혁법안을 일제히 '유턴'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는 민주당과 감세안 연장을 합의한 뒤 오바마 대통령과 계속 협력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번 의회에서는 아무도 타협을 예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가 '타협'에 대해 이처럼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금까지 양당 사이에 도출된 타협이 오바마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의회 기능이 멈춘다는 '레임덕 세션' 기간에 민주당이 공화당과의 합의를 통해 감세연장, 전략적감축무기협정(START)등 쟁점 법안들을 통과시키자 미국 사회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타협의 리더십'이 부각되고 있다. 중간선거 당시 추락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재임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며 미 언론들은 레임덕 세션의 최대 수혜자로 오바마 대통령을 꼽는다. 이에 베이너 의장은 이번 의회에서 공화당이 호락호락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발목을 잡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그가 팔을 걷어붙이고 가장 반대하는 것은 오바마노믹스의 상징인 건강보험개혁안이다. 베이너 의장은 연방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아 삐걱거리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건보개혁법을 '흉물덩어리'라고 비난하며 입법을 폐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이미 지난 7일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표결을 통해 '건보개혁 폐지안 본회의 논의'를 통과시켜 건보개혁 백지화의 시동을 걸었다. 현재로서는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폐지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혹여 통과되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히고 있어 공화당의 이 같은 행보는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베이너 의장은 오는 12일 하원 본회의에서 건보개혁 폐지안을 반드시 표결에 부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의회개혁 주도=베이너 의장의 두 번째 과제는 공화당의 기본정신과 공약들에 입각한 하원 개혁이다. 그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의회의 모든 사람들과 협력해 내 방식으로 하원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며 하원의 확고한 '반장'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를 위해 베이너 의장이 가장 먼저 손을 대기로 한 것은 의회 예산문제다. 지난 6일 하원은 재정지출 삭감의 선봉장을 자처하는 베이너 의장의 공약대로 의회 경비예산 5% 삭감 결의안을 채택했다. '재정지출 축소를 위해 의회가 솔선수범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그의 의지가 의회 개원과 동시에 반영된 것이다. 베이너 의장의 '예산 칼질' 의지는 공화당 하원인수위원회가 마련한 하원 운영 규칙 개정안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112대 의회부터 적용되는 운영안은 정부가 지출 증액을 요청할 경우 다른 예산 항목에서 그 이상의 금액이 자동 삭감되도록 규정함으로써 추가 지출의 싹을 잘라버렸다. 베이너 의장은 또 의회에서 '헌법 수호'의 공화당의 정신을 부각시켰다. 앞으로 하원 의원은 법안을 발의할 때 헌법의 어느 조항에 의거했다는 문구를 반드시 삽입해야 한다. 또 하원 상임위원들이 회의에 참석했는지의 여부를 24시간 내에 온라인상에 공개하기로 했다. 의회를 미 국민에게 개방하는 동시에 헌법에 기초해 엄격하게 다스린다는 방침을 천명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베이너 의원이 의회 개혁에 집중하는 것은 하원 내에서 공화당과 자신의 위상을 드높이고 국민들에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티파티' 끌어안기 =이렇듯 충만한 의욕을 앞세워 정계 보폭을 넓히려는 그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하원 의장직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인 보수단체 '티파티'다. 중간선거 전후로 스멀스멀 공화당과 갈등 구도를 보여 온 티파티는 최근 공화당 지도부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민주ㆍ공화 양당이 감세 연장에 합의하며 1조 3,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에 서명하는 과정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로 80억달러에 이르는 선심성 예산(earmark)을 챙긴 것으로 드러난 것이 티파티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티파티는 이것이 '작은 정부'를 골자로 하는 공화당의 중간 선거 공약에 위배된다며 베이너를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베이너 의장은 티파티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 티파티 끌어안기 행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티파티 소속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과 조만간 회동해 연방정부 재정지출 가이드라인을 협의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 6일 하원 본회의에서 하원의원들이 하원 역사 221년만에 헌법전문을 낭독한 것도 '헌법제일주의'를 표방하는 티파티를 의식해 베이너 의장이 마련한 이벤트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AP 통신은 "베이너 의원은 티파티와 등을 돌리면 자신의 입지가 흔들릴 것을 알기에 공화당원 어느 누구보다도 티파티와의 협력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