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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정체성, 서양화 기법으로 그리다

故김환기 화백 대규모 회고전<br>갤러리현대, 내년 2월26일까지<br>'귀로' '항아리와 꽃가지' 등<br>국내외 미공개 작품도 선봬

'귀로'

'항아리와 꽃가지'

'산, 달, 학, 매화, 백자'. 수화 김환기(1913~1974)는 끊임없이 이 같은 동양적인 소재를 탐구했다. 동시에 김 화백은 점ㆍ선ㆍ면과 단순화, 상징화 등 새롭게 접한 서양적 기법을 다각도로 활용했다. 서양의 기법으로 동양의 정체성을 그린 김환기가 '한국의 피카소'라 불리는 이유다. 구상과 추상을 아우르는 기법과 3,000여 점에 이르는 왕성한 창작력 역시 그 같은 별명을 뒷받침한다.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등과 함께 한국 근현대미술 대가로 손꼽히는 그는 한국 모더니즘 미술의 1세대로서 한국 근대 회화가 추상적 방향을 여는데 선구자 역할을 했다. 특히 낯선 뉴욕에서 접한 새로운 문화를 우리의 뿌리에 접목해 동양의 직관과 서양의 논리를 결합한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한국미의 세계를 구축했다. 사간동 갤러리현대는 2012년 새해를 맞아 탄생 99주년을 맞은 고 김환기 화백의 대규모 회고전 '한국현대미술의 거장-김환기'를 1월 6일부터 2월 26일까지 두 달에 걸쳐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2010년 박수근, 2011년 장욱진에 이어 갤러리현대가 세 번째로 기획한 한국 근ㆍ현대미술 거장전이다. 2004년 이후 8년 만인 이번 미술관급 회고전에는 미공개작 4점을 포함해 시대별 주요 작품 60여 점이 총망라 돼 '당분간 다시 못 볼 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갤러리 본관에는 1930년대부터 1963년 사이의 구상작품 30여점이, 신관에는 '뉴욕 시대'로 일컬어지는 1963~1974년 사이의 추상작품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특별히 눈여겨 볼 작품은 1964년작 '메아리'. 나열된 색색의 점들이 그리는 풍경은 제목 '메아리'와도 같은 긴 울림을 전한다. 1950년대 작품인 '귀로', 1957년작 '항아리와 꽃가지' 등 이들 작품은 모두 그 동안 국내에서 전시된 적 없는 미공개작들이다. 구상성과 향토성이 눈에 띄는 1950년대 서울에서 제작한 작품들, 백자와 달 같은 동양적 소재를 활용한 50년대 후반 파리시대의 작품, 점과 선의 추상성을 완성한 60년대 이후 뉴욕시대를 비교하며 감상하면 한층 더 흥미롭다. 잠잘 때를 제외하고 종일 작업하는 데 몰두했다는 김환기는 3,000여 점의 작품을 남긴 '왕성한 창작력'으로도 유명하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이중섭이 약 500여점, 박수근이 유화 200여점을 포함한 총 1,000여점을 남긴 것과 비교하면 월등한 양이다. 한편 이번 회고전을 기념해 갤러리현대와 마로니에 북스는 김환기 화백의 작품 140여 점을 담은 국영문 도록을 발간한다. 또한 전시 기간 동안 유홍준 교수 특강(1월10일), 전남 신안 김환기 생가 방문(2월20일)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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