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안범진 부장검사)는 아파트 분양전환 가격을 낮게 감정해주고 세입자로부터 뇌물을 챙긴 혐의(배임수재, 부동산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김모(56) 전 나라감정평가법인 대표와 류모(45) 나라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에게 뒷돈을 건넨 전 한남더힐 분양전환대책위원장 윤모(66)씨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김 전 대표 등은 2013년 9~11월 윤씨로부터 "한남더힐 분양전환 감정가격을 최대한 낮춰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5억8,9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고급 민간 임대아파트인 한남더힐은 2013년 7월 세입자들의 분양전환이 예정돼 있었다. 아파트 시행사가 임대차 계약을 맺은 2011년 1월 이후 2년6개월이 지나면 원하는 세입자들의 경우 분양 전환을 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분양가는 감정평가법인의 감정가에 따르기로 했다.
2013년 초 세입자이자 한남더힐 분양전환대책위원장으로 뽑힌 윤씨는 감정평가법인을 회유해 최대한 낮은 가격에 분양가를 받아내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지인으로부터 소개 받은 나라감정평가법인 소속 감정평가사와 접촉해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 이에 류씨 등은 실제 감정을 하지 않은 채 이른바 '탁상감정'을 통해 아파트 전세보증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평당 가액을 윤씨에게 제시했다.
그해 9월 나라감정평가법인이 감정사로 정식 선정돼 본격적으로 감정이 진행되자 류씨 등은 당초 제시했던 헐값에 맞추기 위해 낡은 공동주택 등을 비교 사례로 선정해 한남더힐의 감정가를 정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함께 감정사로 선정된 제일감정평가법인까지 끌어들여 엉터리 감정을 진행했으며 이같이 헐값으로 분양가를 정한 사실을 회사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이런 절차에 따라 나라·제일 측이 산정한 분양가 총액은 9,990억원~1조1,470억원으로 당시 임대료 1조1,520억원보다 낮은 기형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들 감정평가사는 최종적으로 분양가를 1조1,620억원으로 정했지만 이 역시 시행사 측이 산정한 2조5,512억원, 국토교통부가 한국감정원을 통해 제시한 최대 1조9,800억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가격이었다.
지난해 한남더힐의 엉터리 감정평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토부는 같은 해 7월 제일·나라감정평가법인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사건에 연루된 감정평가사에 대해서는 최장 1년2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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