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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박원순 시장님, 서두르지 마세요

사회부=나윤석기자 nagija@sed.co.kr 지난 2일 서울시는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무려 8시간 동안 ‘예산편성 자문회의’를 열었다. 그런데 이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언론사 간에 치열한 취재 경쟁이 벌어졌다. 밤 늦도록 기자들은 시청에 남아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며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들과 접촉해 하나의 정보라도 더 캐내기 위해 애썼다. 지극히 당연한 이 취재 경쟁에 시 공무원들이 지친 것일까. 회의 다음 날인 3일 시는 돌연 예산편성과 관련해서는 대변인을 통한 취재만 허용하기로 했다고 기자들에게 통보했다. 다양한 창구를 기웃거리며 정보를 캐는 취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얘기였다. 입만 열면 소통을 외치던 박원순 호가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도 하기 전에 소통에 삐걱대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박 시장은 취임 첫날인 지난달 27일 185억원에 달하는 무상급식 예산 지원안에 화끈하게 결재했다. 그리고 2일 회의에서는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 실현이 전격 결정됐다. 2013년부터 서울시립대 등록금을 절반 수준으로 내리겠다던 당초 공약과 달리 시기를 1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박 시장은 선거 전부터 ‘보편적 복지’를 마르고 닳도록 강조했다. 그리고 마침내 시민들로부터 선택 받았다. 이제 그의 공약과 비전은 추진하고 실현할 의무가 됐다. 하지만 이 말이 자신과 다른 생각과 의견은 깡그리 무시해도 좋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상당수의 시민들은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 등을 복지 포퓰리즘이라 여긴다. 지금 박 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하루라도 더 빨리 공약을 실현하는 ‘스피드’가 아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편을 설득해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소통’이 절실하다. 취임 첫날 박 시장은 “저는 인사를 급하게 안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급하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인사만이 아니다. 시정의 만사(萬事)를 차근차근 짚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허례허식 없는 친서민 행보로 신선한 이미지를 던져주고 있는 박 시장이 속도전에 매달리느라 소통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한 시장’으로 역사에 기록된다면 그것은 박 시장과 시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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