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앞다퉈 내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계 7번째로 '30-50(1인당 GNI 3만달러, 인구 5,000만명)'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점쳤으며 LG경제연구원은 환율하락(원화강세)으로 2014년에 3만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현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경상성장률(실질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이 부진한데다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고 있어 '환율 보너스'도 기대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심화하는 저성장·저물가=현대연은 올 1인당 GNI 3만달러 달성의 조건으로 2014년 1인당 GNI 2만8,831달러, 올 경제성장률 3.6%, 환율 1,040원대를 내걸었다. 그러나 출발점부터가 뒤로 밀렸다. 지난해 1인당 GNI는 2만8,000달러대 초반(2만8,180달러)에 불과했다.
성장률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올 성장률 전망치를 3.4%로 보고 다음달 경제전망에서 추가 하향을 예고한 상태다. 대부분의 경제예측기관이 올 성장률 전망치를 3%대 초반으로 보고 있다. 2.5%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노무라)도 있다.
물가 역시 1인당 GNI를 깎아 먹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1인당 GNI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인구로 나눠 산출한다.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으면 1인당 GNI도 낮아진다는 얘기다. 최근 국제유가 급락으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8%에 불과했다. 경제 전반의 물가동향을 보여주는 GDP 디플레이터 역시 지난해 0.6%로 2006년 이후 8년래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환율 보너스가 오너스로=환율 보너스도 올해는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환율은 달러당 1,100원대로 현대연의 계산(1,040원)과 거리가 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6월, 늦어도 연말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예정이어서 하반기 원화약세도 예상된다. 1인당 국민소득 산정에 '환율 보너스'가 아닌 '환율 오너스'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최성근 현대연 연구위원은 "각종 거시경제지표가 기존 전망치에서 벗어난 상황이어서 올해는 1인당 GNI 3만달러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내년에는 가능성이 있지만 환율 부분이 큰 변수여서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체감 소득은 여전히 바닥=1인당 GNI가 2만달러대 후반까지 올라갔지만 정작 국민들의 체감 소득은 여전히 바닥이다. 1인당 GNI에는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 외에 기업·정부소득도 포함돼 있다. 1인당 GNI에서 가계가 가져가는 몫인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 비중은 지난해 56%로 전년(56.1%)보다 오히려 줄었다. GNI에서 기업·정부 등이 가져가는 몫만 더 커졌다는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2.6%·2012년 기준)에도 한참 못 미친다.
주머니 사정이 시원치 않은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초저금리에도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저축만 늘리는 실정이다.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1.8%로 2009년(0.2%) 이후 5년래 가장 낮았다. 가계저축률도 6.1%로 카드대란 때인 2004년(7.4%)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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