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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은 지난 45년간 모은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데 집중하고 싶습니다. 연구자와 일반인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제 모든 수집품을 제공할 의사가 있습니다. 정기간행물과 도록 같은 관련 자료가 진작에 정리됐다면 과거 이중섭 작품 위작 논란 같은 것은 없었을 겁니다."
김달진(60·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관장은 9일 서울 종로구 홍지동 전시관 개관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관장은 '걸어 다니는 미술사전'으로 불린다. 중학생 시절부터 45년간 모아온 단행본, 전시 도록, 홍보용 소책자와 미술 기사를 스크랩한 자료는 한국의 근현대 미술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간 임대료 등 유지 비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박물관은 지난해 마포구 창전동 시대를 접고 건물을 매입해 2개월 남짓 리모델링을 거쳐 오는 12일 재개관한다. 그는 4억원 정도의 공사비에서 후원회가 1억여원을 부담하며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미술관이 아닌 미술자료박물관인 이곳 소장품은 미술 전시 및 출간과 관련된 리플릿·도록 등이 주를 이룬다. 핵심 소장품 260여점을 선보이는 개관전 '아카이브 스토리'를 설명하면서 김 관장은 미술자료박물관이 '도서관(library)과 기록관(archive)·박물관(museum)이 통합된 라키비움(Larchiveum)'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며 이 같은 박물관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일반 자료관이 아닌 아카이브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그는 "보통 자료관과 아카이브를 혼동하는데 아카이브는 유일성과 원본성을 가져야 한다"며 "이번 전시에 나온 앙가주망(1961년부터 활동해온 한국의 서양화 동인 모임) 기록수첩이나 김정 전 숭의여전 교수가 일기형식 기록으로 당시 모임의 대화는 물론 장소와 식사 메뉴까지 상세하게 적은 것을 비롯해 얼마 전 프랑스 퐁피두센터에도 전시됐던 백남준의 연하장, 희귀본인 서화협회보 창간호 등은 한국의 근현대 미술 연구자료로는 아주 진귀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관장은 "이런 미술자료박물관의 중요성을 정부나 기업 모두 잘 알지만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 선뜻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며 섭섭한 감정도 내보이고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이런 작업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12일 개관식 겸 정기총회를 열고 이후 예약제 형태로 연구자와 일반인에게 무료로 자료를 공개할 계획이다. 전시는 5월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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