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 끝났지만 이제부터가 문제다 투표율 미달 현행 무상급식 유지올해는 문제 없지만 내년부터 무상급식 대상 확대 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의 시장직을 내걸었던 마지막 승부수는 실패로 끝났다. 오 시장이 내세웠던 ‘단계적 무상급식 안’은 시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유효투표율 33.3%에 미달하면서 ‘단계적 안’과 함께 시의회 민주당의 ‘전면적 무상급식 안’도 함께 무효 처리됐기 때문이다. 즉 모든 상황이 주민투표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무상급식의 소요예산 분담 및 지원을 놓고 시의회ㆍ시교육청, 그리고 서울시 간에 지루한 다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효투표율 미달로 투표함을 열지 못함에 따라 ‘단계적 안(1안)’과 ‘전면적 안(2안)’은 모두 채택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근 법제처는 “투표율이 미달되거나 1안과 2안 가부 동수일 경우 주민투표 실시 이전의 상황으로 복귀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는 현행 무상급식체제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뜻이다. 현재 공립초등학교 1~3학년 학생 전부와 4학년 학생 대부분(강남ㆍ서초ㆍ송파ㆍ중랑구 제외)은 무상급식 혜택을 받고 있다. 소요예산은 시교육청이 1,039억8,100만원(1~3학년 23만2,401명)을, 21개 자치구가 286억6,000만원(4학년 8만6,903명)원을 각각 부담하고 있다. 공립초교 5~6학년 학생 19만8,875명을 지원할 수 있는 무상급식 예산 695억1,300만원은 서울시가 집행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내용의 무상급식 혜택은 내년 2월까지 적용된다. 문제는 새롭게 무상급식 예산을 짜야 하는 내년도부터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중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해나갈 계획을 세워놓았다. 내년에는 중학교 1학년 10만3,000명, 2013년 중학교 2학년 10만6,500명, 2014년 중학교 3학년 11만2,000명 등 총 32만1,500명에게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무상급식 혜택을 받고 있는 초등학생 수와 엇비슷한 규모로 서울시의 예산 지원 없이는 사실상 시행이 힘들다. 중학교 무상급식 예상 단가 3,200원을 대입해보면 매년 약 565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의 관계자는 “무상급식을 중학생으로 확대하려면 서울시와 예산 분담 및 지원과 관련해 협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이번 주민투표로 시민들의 뜻을 확인한 이상 무상급식에 대해 서울시가 전향적으로 나오는 게 맞지 않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 민주당 측이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 695억원(5~6학년)을 일방적으로 증액 편성해 집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무상급식 확대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서울시 교육격차해소과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의 동의 없이 증액한 예산은 지방자치법을 위반한 것으로 서울시가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번 투표 결과는 주민투표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 무상급식 예산 지원과 관련해 시의회 및 시교육청과 다시 다툴 수밖에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오승록 시의회 민주당 대변인은 “서울시가 투표 이후에도 계속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오 시장 사퇴 이후 보궐선거로 들어설 신임 시장 측과 무상급식 논의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주민투표에서 무상급식의 지원 범위를 놓고 갈라섰던 서울시와 시교육청ㆍ시의회가 이번에는 무상급식의 예산 분담 및 지원을 둘러싸고 다시 한번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꼼수'로 전락한 승부수… 오세훈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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