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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모래 위의 프로게이머

그의 실력이라면 대회 참가자격을 얻는 것은 시간이 좀 걸리는 일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의 눈에 좀더 쉽고 빠른 길이 보였다. 그는 그 길을 선택했다. 그순간 악마가 쳐놓은 덫에 걸렸다. 이제 후회해 보지만 이미 그의 인생은 변해 버렸다.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받은 인상은 그저 게임에 빠진 순수한 청년이었다. 그런 그를 유혹한 것은 어른들의 욕심이었다. 이기석씨도 『전 매니저가 승부 조작을 부추겼다』며 후회했다. 『나쁜 짓을 해도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풍조가 그를 쓰러뜨린 것이다. 「이기석 사건」은 한국의 사이버 사회에 만연해 있는 「도덕 불감증」이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이다. 프로게이머 사이에서 승부 조작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프로게이머들에게 성적은 최상의 목표이며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유혹을 떨치기는 쉽지않다. 게임 뿐이 아니다. 해커들이 취직을 더 잘하고, 인신공격적인 글을 쓰는 사람들이 PC통신에서 인기를 얻는다. 더욱이 이들에게는 높은 실력에 버금가는 도덕과 양심을 배울 시간도, 가르쳐줄 어른도 없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이버 세계인 만큼 더 높은 정직성이 요구되지만 그런 말은 네티즌들에게 「왕따」당하기 일쑤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가 빠른 프로게이머들의 시장에서도 모래 위에 집을 지을 수는 없다. 이기석씨는 단한번의 실수로 엄청난 대가를 받을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단한번의 실수로 영원히 프로게이머의 꿈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포기해서도 안된다. 그러기에 그는 너무 젊다. 그는 『진정한 세계 1위가 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이기석 죽이기」를 경계하는 것도 그런 마음때문이다. 정보통신부 김상연 기자/DREA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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