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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1월29일] 프리츠 하버


프리츠 하버(Fritz Haber)의 화학은 생명과 죽음의 마법이었다. 공기에서 빵을 얻고 소금으로 독가스를 만들었으니.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화학 천재’로 불리면서도 크게 기억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간에게 약과 병을 동시에 줬기 때문이다. 1868년 독일에서 유대인 화학약품상의 아들로 태어난 하버는 화학사 최대 발견이라는 ‘공중질소 고정법’을 찾아낸 주인공. 비료의 원료인 암모니아를 공기에서 뽑아낸 덕분에 질소비료의 무한공급이 가능해졌다. 그가 아니었다면 식량 부족에 직면한다던 맬서스의 예언이 적중했을지도 모른다. 오늘날에도 세계인구가 섭취하는 단백질의 약 3분의1이 질소비료에서 나온다. 하버는 전쟁에도 영향을 미쳤다. 공중의 대기에서 뽑아낸 암모니아는 비료보다 1차대전 중 독일군이 사용할 탄약과 폭탄을 만드는 데 주로 들어갔다. 애국자를 자처한 하버는 독가스도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동료화학자이자 평화운동가였던 부인이 암모니아에서 염소 가스를 추출하려는 남편의 연구를 괴로워한 나머지 자살했을 때도 하버는 화학무기 개발에 매달렸다. 패전 후에도 독일에 대한 하버의 충성심은 식지 않았다. 바닷물을 정제하면 막대한 금을 뽑아낼 수 있다며 사비를 턴 것도 패전배상금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에서다. ‘해수를 정제한 금 추출’에 10년 세월을 보낸 후 실패를 선언한 하버를 기다린 것은 유대인 박해. 자신을 유대인보다 독일인으로 여겼던 하버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유럽을 떠돌다 1934년 1월29일, 스위스 바젤의 호텔에서 심장 발작으로 숨졌다. 사망 직전까지 하버는 정체성의 혼란 속에 괴로워했다고 전해진다. 하버의 최대 피해자는 동족인 유대인.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에 쓰인 독가스가 하버의 개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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