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9월15일 군항 인버고든. 기동훈련을 하려던 영국 대서양함대의 발이 묶였다. 수병들의 파업 때문이다. 사태의 원인은 임금 삭감. 극심한 경기침체로 공무원 급여를 줄이겠다는 방침이 사상 초유의 함대 파업을 불렀다. 파업의 결정적 이유는 불공평 삭감. 영관급 3.7%, 위관급은 11.8%를 깎이는 반면 고참 수병은 최고 25%를 삭감 당한다는 소식에 헌병 역할을 하던 해병대원들까지 파업에 참여했다. 사태는 단 이틀 만에 끝났다. 10% 삭감이라는 양보안이 나오자 병사들이 업무에 복귀하고 총톤수 35만톤이 넘는 15척의 함정이 16일 저녁 기동훈련을 위해 항구를 떠났다. 영국사는 이를 ‘인버고든 뮤터니(Invergordon Mutiny)’로 기억한다. 항명ㆍ파업 정도의 사건에 반란 또는 폭등의 뜻을 강하게 담고 있는 단어 ‘mutiny’를 굳이 쓰는 데는 ‘군의 파업이란 있을 수 없다. 차라리 반란이 낫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측면에서 파업은 전세계에 폭동 이상의 파장을 몰고 왔다. 전국적인 동조 파업은 그나마 약과. 영국 해군의 최정예인 북대서양함대 마저 저항한다면 재정위기는 극복될 수 없다고 판단한 국제자본이 보따리를 챙겼다. 1파운드의 가치가 4.86달러에서 3.75달러로 떨어지고 금 인출 소동이 일자 영국은 9월21일 금본위제도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곧바로 24개국이 금본위제를 버렸다. 사건 당시 47개였던 금본위제 채택국은 6년 후 하나도 안 남았다. 대영제국 추락의 확인사살을 넘어 세계 경제를 뒤흔든 인버고든의 항명은 과거사일까. 글쎄. 국민연금 개혁을 외치는 정부가 이미 거덜난 공무원ㆍ군인연금을 세금으로 지키려는 행태는 76년 전의 파업과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한숨이 나온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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