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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되돌아본 골드만의 전망
입력1999-05-10 00:00:00
수정
1999.05.10 00:00:00
97년 10월말로 돌아가보자. 미국 투자회사인 골드만 삭스는 한국 원화가 3개월내에 1달러당 1,150원, 6개월내에 1,250원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당시 원화 환율은 1달러당 900원을 밑돌았다.그때 강경식(姜慶植) 부총리겸 재경원장관은 한국의 경제기초(펀더멘털)가 좋기 때문에 동남아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한달후 정부는 보유외환을 죄다 풀어 통화 방어에 나섰고, 결국 1달러당 2,000원까지 폭락했다.
1년반이 지난 지금, 180도로 바뀐 상황을 만나고 있다. 최근 골드만 삭스는 원화가 3개월내에 1달러당 1,125원, 6개월내에 1,075원까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을 냈다. 내용대로라면 원화절상 속도가 무척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정부도 역의 입장에 서 있다. 이규성(李揆成) 재경부 장관은 외채 조기상환 등을 통해 급격한 원화 상승을 막겠다고 공언했다.
97년말의 골드만 보고서가 외환 위기를 촉발했다는 견해가 있다. 그 보고서를 본 국제 채권은행들이 짧은 시간에 한국에서 수백억 달러를 빼내는 소동을 빚었다. 당시 정부가 일찌기 변동환율제를 채택했더라면 골드만의 예언대로 안정적인 환율 운영을 했으리라는 해석도 있다.
며칠전에 나온 골드만 삭스의 분석도 아주 예리하다. 한국으로 가는 외화 유입 속도가 기대 이상으로 빠르고,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개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골드만은 선물환 시장의 동향보다 빠른 속도로 원화 절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통화 절상과 절하에는 양면성이 있다. 절상시의 장점이 절하시 단점이 되고, 그 역도 성립한다. 문제는 환율 변화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외환 위기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화를 방어하려다 발생했고, 은행과 기업들도 환율 변동에 대한 충분한 외환 헤지를 해두지 못해 고통을 겪었다.
『한번 속으면 너의 잘못이지만, 두번 속으면 나의 잘못』이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골드만 삭스의 전망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과거를 쉽게 잊는 경향이 있는 한국 사람들로선 골드만의 최근 분석을 깊이 살펴보고, 원화 절상시의 대응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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